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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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39>
  • 한지윤
  • 승인 2015.04.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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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에요?"
때를 같이 해서 보자가 얼른 앞으로 나섰다. 친구의 우정을 발휘할 때가 지금 아니면 또 언제겠느냐는 듯이 수연을 보호하기 위해 수연의 앞을 막고 나선 것이다.
평소 그런 식으로 수연의 보디가드 역할을 하는 보자였다.
보자의 웅장한 몸체가 앞을 가로막자 과연 수연의 모습은 옷자락까지 뒤에 숨겨졌다.
수연이 누군가.
자존심 쫀쫀하기로 치면 따를 히프가 없다. 수연은 뒤에 숨어 보호나 받을 수 없다는 듯이 거의 앙칼진 반응을 나타냈다.
"얘, 저리 좀 비켜 봐."
수연은 보자의 앞으로 성큼 나서며 앞에 잇는 신중과 호동을 새초롬히 바라보았다. 신중은 그 눈길에 온몸이 빨려 들어갈 것 같아 성급히 눈길을 돌렸다.
"왜 이러는 거죠"
가장 아름다운 장미꽃에 가시가 돋혔다던가, 그 목소리 속에는 찔리면 핏방울이 톡 튕길 듯한 가시가 돋혀 있었다. 물론 그 물음은 호동을 향한 것이다.
그것도 호동의 덩치를 향해서다. 실제로 그들이 중학교 2학년의 풋고추(호동이는 절대로 예외일 뿐더러 신중 역시 노랗게 익어가는 고추를 달고 있었지만)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첫 마디에 니네들 혹은 야, 아니면, 이것들이 정도였을 게 분명했다.
호동의 그럴 듯한 말이 위압적으로 응수했다.
"긴장할 거 없어요."
"뭐요, 긴장씩이나?"
"우린 그냥 얘기 좀 하자는 것뿐이죠."
"누군데 알지도 못하는데 얘길 해요, 무슨?"
"그거야 다 아는 건데 구태여 따질 필요까지야……"
한 가지.
아참, 까먹고 넘어간 것이 있다. 사죄하는 뜻에서 재빠르고 신속하게 그것을 보충하겠다.
신중이와 호동이의 모습은 중학생이 아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도록 꾸민 모습이다. 교복 및 두발의 자율화 덕분에 그 정도의 분장은 감나무 밑에 누워서 떨어지는 연시 받아먹기였다.
그 분장에 호동의 덩치가 가세됐고 보니 수연이나 보자가 말 놓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타당하며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호동이는 고3 정도로 보였고 신중이 녀석조차 고2 정도로 보아 손색없을 정도다. 둘의 체격조건이 그 정도였던 것이다.
그때 보자가 다시 앞으로 나서며 소담스럽고 통통한 얼굴에 매력의 삼겹살 찐 얼굴로 두 남학생을 뾰족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댁들은 누구죠?"
그쯤에 겁먹거나 위축되어 슬슬 꽁무니 뺄 졸장부라면 아예 나서지 않았을 싸나이 김호동이다.
"그보다 긴급동의가 있는데……"
"뭐요?"
"여기서 이러는 게 피차간에 어렵지 않을 테니까,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는게 어때요?"
"뭐라고요?"
"우린 어디까지나 선의적인 견지에서 이러한 거죠. 댁들이 공연히 오해받아 피해라도 입으면 그건 옳지 않을 테니까요."
신중이는 호동이 그렇게 문자까지 써가며 점잖게 말하는 모습을 아직 한 번도 보지(보자의 이름에서 한 획을 떼어낸 것과 비슷해서 공연히 쑥스러워지는데) 못했다. 그렇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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