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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대 <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칼럼위원>
  • 승인 2016.04.1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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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천지가 형형색색의 꽃들로 수를 놓고 많은 사람들을 들로 산으로 유혹하는 봄이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가 해가 갈수록 많아져 훼방을 놓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온 산에는 아름다운 꽃이며 새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홍성군은 천년의 역사가 말해 주듯이 오래된 역사문화를 간직한 역사문화자원의 보고이다. 그 가운데서 오서산은 많은 이야기들이 남아 전해지는 곳이다. 내포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인 오서산은 사계절 어느 시기라도 많은 이들이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오는 산이다. 내포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오서산에서 시작해 장곡산성, 학성산성을 지나 예산의 봉수산 임존성, 무한산성 등으로 이어어지는 백제부흥군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백제부흥군길을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서기 660년 7월에 백제의 수도 사비성이 함락되고 의자왕과 왕족들이 포로가 돼 당으로 이송됐지만 백제는 결코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사비도성과 웅진성이 비록 나·당 연합군에게 점령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내포지역의 임존성과 주류성을 거점으로 한 백제부흥전쟁은 무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끈질기게 전개됐다. 이러한 사실에서 충청도 내포지역 사람들의 기질을 엿볼 수 있다. 평시에 자신의 일만 묵묵하게 해오던 백성들이 비록 한 나라의 왕이 사라졌지만 함께 모여 나라를 지켜 내고자 했던 의연함은 새롭게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 분연히 떨쳐 일어나 항거했던 저항정신은 후일 만해 한용운 선사, 백야 김좌진장군, 매헌 윤봉길의사 같은 걸출한 인물들을 길러내는데 건강한 자양분이 됐으리라. 후일 새로운 지배질서의 필요성을 느끼며 스스로 천주교를 받아들여 교회를 세우고 핍박을 받아가며 무수히 많은 순교자들을 배출하게 됐던 내포지역 천주교의 역사와 천주교가 전래된 지 백 여 년이 지난 후에 지배계급의 수탈과 신분질서에 대한 문제의식, 외세의 배격을 위해 내포지역에서 활발하게 전개됐던 동학농민운동 역시 백제부흥전쟁의 후예들로서 어쩌면 당연히 짊어져야만 했던 숙명이 아니었을까?

자신들 모두의 공동체가 위험에 처해있는 위기의식 속에서 발현되는 자기헌신과 대동단결을 통한 저항정신은 내포지역 특유의 은근과 끈기, ‘한’을 넘어서 각인 된 내포인들 고유의 DNA였으리라. 백제부흥군은 왜(일본)에 있던 풍왕자를 모셔와 임금으로 추대하고 왕통을 이어나가며 나당연합군에게 빼앗겼던 백제의 성들을 되찾으며 백제 부활의 꿈을 이루어 나가는 듯하자 지도자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났다. 부여풍의 숙부인 복신은 승려 도침을 살해하고, 풍왕은 복신을 살해하는 등 권력내부의 암투가 벌어졌다. 백제부흥군은 거듭되는 전투에서 패배하며 그 세력이 약화됐고 백성들의 사기 또한 저하됐다. 백강구 전투에서는 부흥군을 도우러 왔던 왜(일본)의 수백 척 전선이 나당연합군에게 패하며 663년 9월 백제부흥전쟁의 주심이었던 주류성이 함락되고 그해 11월 부흥운동의 시발점이었던 봉수산의 임존성이 함락되면서 3년여의 피나는 백제부흥운동은 종말을 맞았다.

역사는 항상 우리에게 교훈을 남긴다. 그 당시 국제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백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승자의 역사가 우리에게 남아 전해지지만 지금도 백제의 역사문화 유적들은 찬란했던 백제의 아름다운 숨결을 잘 전해주고 있다. 또한 지도자들의 욕망으로 인해 고스란히 피해를 받는 무고한 백성들의 처지는 1300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도 진행형이다. 지금은 시대가 좋아져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국민들에게 주권이 있다는 뜻이다.

백성들의 선택으로 지도자를 세우고 나라를 경영한다. 바른 지도자를 뽑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지도자들을 뽑고 그분들이 일을 잘 하는지 곁에서 지켜보는 것 또한 우리가 할 일이다. 선거일이 국가공휴일로 지정돼 투표 후에 들로 산으로 꽃을 찾아 즐거운 나들이를 하셨으리라. 내가 선택한 사람들이 십년 후, 백년 후에 우리 후손들의 역사이야기에 회자될 때 어떤 얘기들을 할까 생각하면서 나들이를 하셨을 것이라 믿는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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