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과 익은 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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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과 익은 벼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7.01.2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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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은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말이다. 최근 언론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고유한 분야에서의 지식과 경험, 능력은 최고의 경지에 올랐지만 사회에 필요한 인성을 찾아볼 수 없고,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지속적으로 누적돼 나타나는 결과의 후유증만 보인다.

획일적인 가정교육의 문제와 편향된 사회가치를 반영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반학교 교육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2015년 1월 20일에 인성교육 진흥법이 제정돼 같은 해 7월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의 목적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가진 국민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인성이나 인성교육에 관련돼 의미 있게 생각할 부분이 있다. “인성(人性)의 정의는 무엇인가?”와 “인성이 교육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인성은 간단히 정의되기 어렵다. 학자마다 다르고 각 분야에서 주장하는 관점에 따라 다르며 유사한 개념도 넘쳐난다. 그러나 각 학자나 관점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용어는 인권존중, 준법, 사회적 책임, 정직, 배려 등이다.

여기에서 하위 영역으로 내려가면 더 다양한 개념들이 있다. 인성교육의 정의는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길러주는 일’이다.

교육은 교육내용도 중요하지만 교육한 내용이 교육대상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인식되었는가를 평가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과연 인간다운 성품을 어떻게 교육하고 평가할 것인지 의문이다. 민간단체에서는 인성교육 진흥법이 제정되자 바로 간단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인성교육 지도사’라는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교육기간이 짧고 필기시험과 5일 이내의 단기연수를 받으면 자격증을 발행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의 인성을 교육하는데 이런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의문이다. 그 자격증을 갖고 현장에서 어떤 내용을 가르칠 수 있을지 그리고 교육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책임감은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대형 참사들은 대부분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안전불감증이 누적돼 나타난 것이다. 점검할 것을 그냥 넘어가고, 그런 과정이 계속 쌓이고 반복돼 나타났다.

만약 인성교육을 잘못한 것이 누적된다면 어떻게 될지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다. 인성교육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떠올라야 한다. 잘못된 인성교육이 누적되면 국가나 사회를 왜곡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공멸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은 안개 속에 있다. 방향을 잡기 어렵고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도 고민이다. 교육부에서는 인성교육과 관련된 일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담당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고, 거꾸로 말할 것이 많기도 해서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선을 그을 부분은 있다.

우선 인성교육의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대부분 초, 중, 고등학생을 대상자로 하고 있는데 필자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인성교육은 부모, 교사, 공무원 등 학생들과 관련 있는 성인들이 먼저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인성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성은 정의하기도 교육하기도 어려운 분야라서, 1회성 교육 혹은 1~2년 동안의 교육으로는 형성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계획된 목적에 적합하게 누적돼야한다.

삶에서 학습과 놀이, 인성교육은 균형 잡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한 분야에만 치우치면 편식을 하는 사람과 같은 결과가 나오고 벼가 충분히 익었음에도 불구하고 숙이지 않는 현상을 사회에서 계속 목격할 것이다.

여전히 우리나라 사회는 학습과 공부에 가장 많은 관심이 있다. 자녀를 공부시키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단, 그들에게도 휴식과 놀이가 필요하고 그 휴식시간에 부모와 정감어린 대화를 해보자, 그 대화가 바로 인성교육의 출발점이다.

변승기<광천고 교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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