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어딥니까?
상태바
고향이 어딥니까?
  • 변승기 칼럼위원
  • 승인 2017.02.16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나도 모르게 처음 본 사람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고향에 대한 것이다. 군대에 입대해서도 고향에 대한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고향이 일치하면 설명하기 어려운 공감대가 생기고 처음 본 사람이지만 친근감이 생긴다. 과연 고향의 정의는 무엇일까? 사전에는 태어나서 자란 곳이라고 나와 있지만, 필자는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고향에 대한 질문에 어머니라고 답할 때 반응에 대한 짐작은 되지만, 그래도 어머니라고 말하고 싶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곳이다. 사람은 혼자서 태어나고 성장할 수 없다. 일정기간 반드시 양육자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대부분 어머니가 담당한다.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것은 아버지도 존재한다는 것이고.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내 고향은 부모다. 고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부모가 중요한 것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결정적인, 꼭 필요한 존재다. 부모는 자녀와 함께 성장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부모-자녀 관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은 ‘부부싸움’이다. 자라온 배경이 다른 남녀가 결혼해서 살면 필연적으로 갈등이 올 수밖에 없다. 남성은 여성의 특성을, 여성은 남성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의 상이한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그로인한 갈등이 사소한 것이 아니라 심각해지면 부부싸움으로 확장된다. 부부싸움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진행되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증가하지만, 감정적으로 진행되면 과격하고 극단적인 언행이 동반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부부싸움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당사자들은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없어진다. 이성(理性)이 마비되고 과거에 하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때 자녀가 어릴수록 두려움과 공포, 불안감이 만들어진다. 아이가 어릴 때 필요한 것은 음식,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마음속으로는 안정감을 원한다. 이 안정감은 아이가 성장해서 주변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성장해서 결혼하는 데 역동적인 기능을 한다. 특히 여성에게 더 큰 영향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아이 때부터 안정감을 경험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여성은 조급하게 안정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일찍 안정감을 줄만한 남성을 선택하여 결혼을 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고, 성숙이 더 필요한 나이에 자녀를 기른다는 것은 큰 인내심을 요구하는데, 그 인내심이 생기기 전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이 힘든 시간을 보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자신의 자녀에게 다시 물려주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만다.

남북으로 나누어져 고향이 북에 있는 사람들은 고향을 방문할 수 없고 실향민이라고 부른다. 미디어를 통해서 본 실향민의 그 애절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아픔이다. 만약 어린 아이가 부부의 갈등으로 인해 안정감을 상실한 채 성장한다면, 마음의 고향을 잃게 되는 것과 같다. 실향민이 된다. 사는 곳 어디에서도 안정감과 기댈 곳을 찾을 수 없는 그 아이는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공허감에 시달리며 삶을 살아간다. 더 슬픈 것은 그 아이가 자신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산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삶의 초기에 경험하는 학교생활에서 다양한 역기능을 보여준다. 학교부적응, 폭력, 스마트기기 및 컴퓨터 게임 중독, 학업중단, 범죄에 연루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주변에 속된 말로 학생 같이 보이지 않는 학생을 만난다면, 성인들은 안쓰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보아야 하고, 그 학생들의 말과 행동이 우리를 자극하더라도,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의 공허함을 보고 더 따뜻하고 위로하는 말을 전해야 한다.

성인들이 반복적으로 그들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아이는 자신이 모르는 회복력을 발휘하여 변해간다. 100% 확신한다. 그들은 변한다. 아이들의 변화는 바로 우리의 변화다!

변승기<광천고 교사·칼럼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