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홍성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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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홍성을 위해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7.08.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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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편집국장.

사람이 낯선 곳에 가게 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살았던 고장의 관습과 비교하는 버릇이 몸에 배 가끔은 머리를 갸웃거릴 때가 있다. 가령 서울사람이 시골에 가거나 아니면 지방의 대도시를 가더라도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역으로 지방의 대도시나 산골에 사는 사람이 서울에 가도 마찬가지다. 시골사람이 행정구역이 다른 이웃 지방의 시골에 가도 마찬가지다. 정 붙이고 사는 동네에서 다른 동네로 가면 누구나 ‘촌놈’이 되는 것이다.

서울사람은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어느 지방도 시골 혹은 촌이라고 부르는 습성이 있다. 심지어 지방의 대도시조차도 서울사람에게는 시골이라는 개념 속에 포함시켜 버린다. 하지만 서울사람도 막상 서울을 떠나 지방에 가게 되면 동서남북을 파악하지 못해 ‘서울촌놈’이 되고 만다.

기자 역시 서울사람으로 살다가 최근 홍성에 내려오게 됐다. 물론 타고난 서울사람은 아니고 원래 태생이 촌놈이다. 경상도에서 태어나 40년을 살다가 IMF 때 서울로 올라가 거의 20년을 살았다. 겨우 촌티를 벗고 서울사람이 된 후에도 마음은 늘 고향에 가 있었다. 그러나 고향 대신 양반의 고장 충청도에 오게 됐으니 서울과는 대조적인 시골 분위기를 날마다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요즘 행복하다.

그 동안 여행을 즐길 여유가 없이 살았던 기자는 이번에 처음으로 홍성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너무나 유명한 문화유산이 있고, 역사적인 인물을 많이 배출한 고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충남도청이 옮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곳이 내포신도시로만 알고 있었을 뿐 홍성군에 속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군청소재지인 홍성읍이 대도시의 일부처럼 규모가 너무 큰 것도 기자를 놀라게 했다. 읍내 중앙에는 서울의 남대문이나 동대문을 축소한 것 같은 조양문도 눈길을 끌었다. 잘 가꾼 넓은 잔디밭과 함께 보존되고 있는 홍주읍성은 홍성이 1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큰 고을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새삼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런데, 이렇게 유명한 역사의 고장을 몰랐다는 것은 순전히 기자의 탓일 수도 있지만 홍성군에서도 대외홍보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기자는 15년 전 서해안고속도로가 처음 개통되고 난 후 서산과 당진, 보령 대천 쪽으로 여러 번 출장을 다니며 그 지방 명소는 몇 군데 직접 가보거나 듣기도 했기에 지금까지 귀에 익숙하다. 그러나 홍성도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고장이었지만 기자의 발길을 끌었거나 특별히 기억나는 곳이 없었다.

‘홍성한우’만 해도 그렇다. 서울에서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것은 ‘홍성한우’가 아니라 ‘횡성한우’다. 기자는 잘 모르지만 강원도 횡성군이 충남 홍성군보다 한우 홍보를 먼저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길래 사람들의 뇌리에는 횡성한우가 깊이 각인돼 있는 것이다. 홍성이 뒤늦게 홍보에 나섰지만 사람들은 횡성한우를 잘못 들은 것처럼 인식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기자가 홍성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홍주읍성부터 둘러보았는데 줄곧 서산에 있는 해미읍성이 생각났다. 해미읍성보다 더 훌륭하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것 같은데 왜 홍주성은 덜 알려져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알고 있는데 기자만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홍주성의 남문 주위 성곽을 걸으면서 깜짝 놀랐다. 남문 주변에만 여장이 8개 복원돼 있고, 나머지 500여m 길이의 성곽은 3~5m 높이의 낭떠러지로 노출돼 있었다. 성 안쪽에서 보면 경사가 완만한 구릉형태로 성곽까지 이어져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그 끝의 성벽은 절벽이라 관광객이나 군민이 실수로 헛딛기라도 하면 성밖으로 추락해 중상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남문 주변에 추락사고 주의 등 몇 가지 사항을 경고하는 조그만 표지판만 2개 설치돼 있을 뿐 안전장치는 전혀 없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후 국가적으로 안전사고 예방조치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홍성군이 관광지에 왜 이렇게 위험한 환경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지 언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순간 기자의 머릿속에는 만약 서울이라면 시민들이 이런 상태를 보고 그냥 용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이라서, 양반고장이라서 군청도 그렇고, 군민들도 “알아서 주의하면 되지” 하며 용납하는 것인가?

기자는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이곳 정서로 받아들이려고 애썼지만 그 높은 곳에서 아찔한 성곽 밖을 내려다보기만 하면 용납할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 추락해서 심각하게 부상을 입은 사람이 없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동안 괜찮았다고 앞으로도 늘 무사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세월호도 실제 용량보다 더 무거운 짐을 그렇게 잔뜩 실으면서 매일 항해를 했고 괜찮았지만 결국 그날 대형사고가 터지고 만 것 아닌가! 뒤늦게 외양간 고친다고 난리가 났으나 이미 소는 도망가 버리고 찾을 길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홍성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 홍보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앞으로 전국에서 떼지어 찾아올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안전한 홍성, 안전한 홍주성을 위해 감히 서울촌놈이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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