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역행하는 정부의 졸속 통합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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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역행하는 정부의 졸속 통합 기도
  • 신홍철(온양신문 편집국장)
  • 승인 2009.11.03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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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자율이라는 미명아래 실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을 보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있다. 말로는 풀뿌리 지방자치를 지향한다면서 중소 규모의 지자체를 이리저리 뭉뚱그려 덩치를 불리겠다는 의도와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서 소위 '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계획'을 발표한지 한달만에 통합건의서를 받아서 곧바로 여론조사, 지방의회 의견 청취를 거쳐 주민투표, 통합 결정, 추진계획 수립, 자치단체 설치법 마련까지 불과 4개월만에 모든 과정을 해치우려 하고 있다. 

간단한 법 하나를 만드는데도 전문가들이 몇 개월째 뒤바꾸는 통합 과정을 이렇게 속전속결로 해치우려는 것은 사실상 강제 통합에 다름 아니다. 

행정 구역의 개편과 통합은 지역마다 천차만별의 상이점이 충돌하는 것인 만큼 오랜 시간 논의하고 조정해 의견을 일치시키는 노력이 선행 되어야 한다. 특히 지자체간의 통합은 지역적 감성과 전통적 연고성, 역사적 동일성과 미래 가치의 향일성을 절대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정책적 사업인데 이렇게 우격다짐식, 졸속으로 통합을 시도하는 것은 악랄한 저의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의심 받을 수 밖에 없다. 

지방자치는 생활자치로 주민들의 행정에 대한 참여와 통제, 주민서비스가 용이하도록 관청은 주민의 피부에 닿도록 가깝고 접근의 용이함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인구를 70~80만명으로 규모를 불릴 경우 그 본질이 유지될지 심히 우려스럽다. 현재도 근접 정부, 근린지역 공동체로서의 기초자치가 외국에 비해 규모가 크다고 하여 기초자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인데 이를 더 키워서 뭘 어쩌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또 지자체의 핵심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것인데, 전국의 도시를 인구가 똑같은 획일화된 도시로 만들려는 것은 너무 유치하고 전근대적 발상으로 이것이 과연 국가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사람들 인가가 의심스럽다. 도시의 경쟁력은 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화된 특성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듯 하다. 

또한 행정 효율은 단순한 공무원 숫자로 효율성을 운운 할 것이 아니라 지역적 특성과 업무성과, 무엇보다도 주민이 느끼는 행정 만족도에서 효율성 여부를 재단 할 수 있는 것이다. 공무원 수를 줄여 놓고 행정 만족도가 떨어지면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울러 중복투자 해소와 도시간 도로망 등 연계는 남․북한도 아니고 지자체간 행정 행위와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 할 수있는 사안으로 이를 빌미로 삼아 뿌리째 뒤 흔드는 행정 통․폐합을 시도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꼴이다. 

이외에도 무리하게 도시를 키움으로서 필연적으로 따르게 마련인 각종 도시 문제와 외곽지역 소외 현상, 교육과 문화의 편중 현상, 이질적 문화와 기질이 충돌해 빚어내는 지역 갈등 등 문제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함에도 막무가내로 밀어 부치는 이 정부의 풀뿌리 지방자치는 허울 일 뿐이고 오히려 지방을 중앙 정부에 예속시켜 영향력을 극대화 하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난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의 말뿐인 자치단체 자율 통합 방침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되고, 잘못되고, 또 잘못된 것이다. 강제로 통합을 하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지역의 국회의원을 위시해 시․도의원은 졸속으로 통합되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뒤흔들어 중앙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망국적 졸속 통합을 국가의 운명이 달렸다는 심정으로 죽기 살기로 매달려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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