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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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 이은주 기자
  • 승인 2009.11.23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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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 학교로 발돋움하는 홍성공업고등학교
▲ 홍성공업고등학교 전경.

얼마 전 전국적으로 일제히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하지만 묵묵히 밤낮없이 기술을 익히며 내일의 산업일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결성면에 위치한 홍성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이다. 기자가 학교를 방문 했을 때 이미 3학년 대부분의 학생들이 취업 또는 현장실습 파견을 나간 상태로 1~2학년 학생들과 3학년 학생 중 대학진학과 취업을 고민하는 학생 일부만이 학교에 남아 있었다. 

"대학 간다고 다 취직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대학이라는 간판보다는 취업이라는 실리를 찾기 위해 공업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홍성공업고등학교 3학년 양보현(남․디지털전자디자인과)학생의 말이다. 입학당시 보현 군의 부모는 인문계가 아닌 전문계로의 진학에 대해 완강히 반대했지만 결국 보현 군의 확고한 의지를 존중해줬다. 부모님의 믿음에 보답하듯 보현 군은 학교생활에 충실을 기해 현재 컴퓨터 활용능력(정보처리), 아마추어무선기사, 항공전자정비기능사 등 다수의 자격증을 보유한 실력가이다. 대학진학을 위해 수능을 본 친구들에 대해 보현 군은 "서로 가고자 하는 목표와 생각이 다르니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바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확고한 의지를 표했다. 어느 날인가 문득 제과점 앞을 지날 때 빵 굽는 냄새에 반했다는 보현 군은 제과제빵 기술에도 관심이 있어 언젠가 꼭 도전해 볼 거라고 한다. 

함께 기술을 연마하며 서로를 다독여주던 3학년 형들이 취업을 나가 요즘엔 허전한 느낌마저 든다는 2학년 김연빈(남․디지털전자디자인과)학생은 평택이 고향이다. 우연히 알게 된 홍성공고에 관심을 갖게 돼 진학하게 되었다는 연빈 군은 지난 4월, 충남지방기능경진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모두 열심히 노력한 끝에 원하는 직장에 취업한 형들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좀 더 열심히 노력해서 형들처럼 꼭 원하는 직장으로 취업하고 싶다"는 연빈 군은 내년에 있을 전국기능경기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아마추어 무선기사, 통신기기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한 채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가득한 연빈 군은 "지난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별 성과를 얻지 못해 속상했다. 내년 전국대회에서는 꼭 입상을 해 대기업(삼성)에 취업하고 싶다"며 큰 포부를 밝힌다. 

목표를 세워두고 확고한 의지로 방과 후 학교에 남아 밤 10~11시까지 기술연마에 열중하고 있는 연빈 군을 이종영(58․직업교육부장) 교사는 한없이 자랑스런 눈길로 바라본다. 

홍성공고에 재직한 지 5년 되었다는 이 교사 역시 공고 출신이다. 이 교사는 "70년대 첫 교편을 잡기 시작할 때는 인문계보다 전문계가 입학하기가 더 어려웠다. 당시에는 전문계고 졸업생들이 산업전선에 나가 사회에 공헌한 바가 컸다. 하지만 요즘은 학구열이 높아지고 사회적인 추세로 인해 대학진학이 우선시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공고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들만 진학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며 "실상은 공업고의 학생들은 전자공학도로서의 수리적인 요구사항을 학습하려면 수준이 높아야 한다. 단순한 실력으로는 따라오기 어렵다"고 전했다. 

▲ 이종영 교사
현재 여러 가지 여건 등으로 신입생 수가 줄어 각 학년별로 기계과 1학급, 전자과 2학급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도청이전으로 인한 산업단지가 조성 되고 일진그룹의 지역 내 유치 등 앞으로 홍성공고의 학생들이 설 자리가 많아질 것이라는 이 교사는 "우수한 업체의 취업의뢰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쾌적한 근로 환경과 높은 보수의 대기업 및 우수 중소기업체에 많은 학생이 취업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현재 홍성공고에서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관계없이 전문계 특별 전형으로 2년제, 4년제 대학진학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에서는 실업계 학생들을 위한 직업탐구영역이 신설되어 전문계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얻어 원하는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홍성공업고등학교는 1978년, 충남 서북부의 유일한 공업고등학교로 출발해 지금까지 34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여 지역사회는 물론 우리나라 산업인력양성에 기여해 오고 있다. 

2008년 특성화고등학교로 지정되어 매년 2억 정도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08년, 2009년 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냉동기술, 통신설비 등에서 다수가 입상하였고 충남직업교육박람회, PCB설계경진대회, 충남정보올림피아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또한, 해외취업을 위한 전문계고 해외 인턴십 운영으로 해외취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회화능력을 신장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현재 1명의 학생이 호주 인턴십 유학에 파견되어 3개월간 해외인턴십과정교육을 받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대학 대신 취업을 선택한 전문계 고등학생들은 또래의 친구들보다 한 발 앞서 당당히 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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