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드롬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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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드롬의 끝은 어디인가?
  • 전만수 본지 자문위원장
  • 승인 2011.10.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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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교수에게 여야 정치권이 흔들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에 예정되어 있는 총선과 대선은 정치권을 긴장시키는 충분조건이었는데 ‘안철수’라는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하였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장외에서 박원순의 대항마를 찾다가 민주당의 후보경선과 범야권단일후보 선출과정에서 나타난 박원순 변호사의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거액 후원금으로부터 공격타깃의 실타래를 찾아가고 위기에 몰린 박근혜 전대표의 나경원 후보 지원 결정으로 가까스로 추스르는 모습이다.
그에 비하면 민주당은 조금은 나은 편이다. 자당 후보를 출마시키지 못하여 제1야당의 체면은 다소 깎였으나 당내경선과 야권단일후보 경선과정에서 박영선의 가능성을 잉태시키는 망외의 소득을 얻었다.

안교수로부터 양보 받은 서울시장 시민후보 박원순 변호사는 지난 3일 범야권 후보로 확정되었다. 안철수 효과의 덕이 가장 컸다. 파죽지세의 ‘안철수 신드롬’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하다. 9월 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그의 출마의사가 노출되자마자 그의 인기는 급상승 하였다. 그러나 압도적인 여론 지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변호사에게 전격 양보하였다. 그게 9월 6일이다. 서울시장 출마 포기는 그를 바로 대권후보 반열에 올라서게 하였고 부동의 1위를 달리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하여 세인의 관심을 압도하였다. 추석연휴 이후인 9월 14일 실시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대표와 야권 통합후보로 안철수 교수가 맞대결할 경우 47.4%(박근혜) 대 43.3%(안철수)로, 오차범위 내의 지지를 보였다. 추석 이전인 9월 8일 조사에서는 46.6% 대 46.3%의 박빙의 격차였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인 안철수 교수의 폭발력의 원천은 무엇이고 그리고 어디까지 갈 것인가?

안 교수에 대한 폭발적 지지는 ‘행동이전의 여론’ (물론 박원순 변호사를 통해 실제적 지지가 뒤따랐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에 머물고 있지만 정치와 사회 변화에 대한 집합적 열망의 표출임은 분명하다. 박명림교수(연세대 정치학)에 따르면 “가치와 정치 행태적 측면에서 볼 때 안철수 현상은 ‘비정치적 정치’가 기존의 ‘정치적 정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생성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중대한 현실적인 정치적 요인은 MB정부의 실정, 박근혜 독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진보개혁세력의 대안(代案) 부재다”

국민의 마음이 ‘안철수’라는 매개를 통해 토해낸 메시지는 간명하다. 제도정치권에 대한 극에 달한 실망의 분출로서 정치권을 향한 강력한 변화 요구다. 소비자로서의 국민이 생각하는 정치권이란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여당과 야당은 물론 공공기능을 수행하는 조직과 구성원 모두를 통칭하고 있다. 쓰나미처럼 닥친 안철수 현상에 대하여 이명박 대통령은 “아, 올 것이 왔다.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남의 동네 애기하듯 하였으나 공교롭게도 대통령은 그 대상의 정점에 있다. 안일한 인식과 소통의 엇박자다. 안 교수 스스로도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확장성에 반대 한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현 집권세력이 역사의 물결을 거스른다”고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집권 여당에 대한 개혁 메스를 집중하였다. 그만큼 국민은 국가기능의 상부구조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정당은 정책이나 이념, 가치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특정지역에 기반을 두고서 여기서 나오는 기득권에 안주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듯한 이중성에 갇힌 포로가 되어 극단적 대립과 대결이 정상적인 정치행위인양 호도하여 왔다. 안교수의 메시지는 전통적인 정당경쟁의 축이었던 영남 대 호남 대결이나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질서로의 재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보는 보수고 경제는 진보다”라는 그의 철학은 이념의 굴레를 벗어던지라는 요구다.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정치판으로 거듭나라는 최후통첩이다.

지난 9월 6일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이래 안철수 교수는 침묵하고 있다. 박 변호사와의 단일화 합의 직후 “본업(교수)로 돌아가겠다” 그리고 “나는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불개입 원칙을 밝히며 총총히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낡은 시대는 역사의 뒷면으로 사라지고 있다”, “새로운 시대와 정치는 과거정치와의 결별을 의미한다”는 등의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안철수 교수는 이미 정치인이 되었다.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가졌었고, 현 집권세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이념에 대한 가치중립을 표방하고, 시장후보를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하는 파격적 정치행위도 실행했다. 계산된 수순이라면 고도의 정치 기술이다. “저에게 보여주신 기대 역시 우리 사회 리더십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저를 통해 표출된 것”이라는 민의의 정치적 해석도 마다하지 않았다. 간명한 그의 언행은 아리송한 2중주적 향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대선출마에 대한 최종 선택은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본업(학교)으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말이 진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을 상식과 비상식으로 본다는 이념적 기준에 대한 그의 워딩을 확대 해석하면 출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본의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의 기대가 있다면 그건 소명으로 받아 드려야 한다’는 상식도 큰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다. 대권에 대한 준비 여부나 경륜과 리더십에 대한 논의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그동안 정치현장에서의 교훈은 분명히 부정적이다. 소위 정치의 외부투입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되었다. 정주영, 이회창, 이수성, 문국현, 고건 등의 사례가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경우의 수가 분명 다르다. 왜냐하면 자의(自意) 보다는 시대적 요구가 더 강하게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의 말처럼 “큰 나무는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상식도 출마 가능성을 더한다.

이러나저러나 한국 정치사의 새로운 서막은 시작되었다. 이번 10월 26의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나라당과 범야권 단일후보간의 대결구도이나 제도정치권과 장외의 시민후보와의 ‘황야의 결투’ 같은 짙은 상징성을 내재하고 있다. 내년에 있을 대권의 향배를 가늠할 방향키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리전 성격이 짙다.

그러나 보선에 임하는 두 사람의 입장은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로서는 수수방관할 수 없는 선거다. 그야말로 계륵(鷄肋)같은 형국이다. 좋든 싫든 선거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 뛰어들고 싶지 않은 수렁이지만 피해갈 수는 없다. 우회할 명분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안일하게 미온적 대응을 할 여유가 이제는 없다. 안철수 효과의 상당부분은 너무 오랫동안 부동의 유력 차기 권력자의 위치가 지속되는 지루함(?)도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안철수 교수는 선거지원에 대한 부담은 미미하다. 아니 이미 털었다. 박원순을 통하여 안철수는 충분히 작동되고 있다. 서울시장 지지 50%를 받던 안교수가 5%의 지지에 머물던 박원순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고 전격 포기하자 박원순 변호사는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범야권후보를 쟁취하였다. 조직력을 앞세운 제1야당의 후보를 무소속의 시민후보가 먹어치웠다. 따라서 안교수의 직접적 지원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 이미 박원순이 안철수고 안철수가 박원순이 되어 있다.

한편 그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미약한 권력의지가 한몫 하고 있다. 때문에 관여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 교수는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마음이 가볍다. 다만, 안교수의 행보가 고도의 짜여진 전략적 수순이라면 박 변호사가 어려움에 직면하도록 수수방관(袖手傍觀)만은 않을 것이란 추론은 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서울시장 보선이다. 낮은 가능성도 가능성이다. 어느 경우든 안 교수가 보궐선거에 관여한다면 적극적 대권의지로 볼 수 있다.

서울시장의 보선 결과에 무관하게 안철수 교수가 던진 메시지는 총선과 대선을 통해서 어떤 형식으로라도 작동될 것이다. 그리고 되어야 한다. 정치권의 적극적 화답 여부가 제도 정치권의 명운을 담보하고 있고 한국호의 미래를 예보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교수를 매개로 하여 기성정치권에 던진 국민의 정치 개혁 요구는 강력하다. 화답의 방식 중에는 기존의 정당체제구조를 해체하면서 새롭게 재구성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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