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밝맑도서관, 22일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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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밝맑도서관, 22일 개관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1.10.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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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명 대표, “희망 전하는 작은 문화운동 될 것”
“협의와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길”


홍순명 선생은 1937년 강원도 횡성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동네 서당 훈장을 하던 유교가정에서 태어나, 1960년부터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2002년 정년을 맞아 퇴임했다. 현재 2001년 세워진 주민 풀뿌리 대안학교인 풀무환경농업 전공부에서 여전히 가르침을 지속하고 있으며 ‘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 이야기’(전 3권), ‘홍순명 선생님이 들려주는 풀무학교 이야기’(첫째 묶음) 등의 저서가 있다. 오는 22일 개관을 앞두고 있는 홍동밝맑도서관의 대표이자 홍동지역의 정신적 지도자인 홍순명 선생을 만났다. <편집자 주>



오는 22일 풀무학교 설립자 중 한 사람인 고 이찬갑 선생의 이상촌 건설 운동의 뜻을 받들어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세우는 ‘홍동밝맑도서관’이 개관한다. 홍동밝맑도서관은 홍동면 운월리 갓골어린이집 옆 대지 1500㎡(500평)에 건평 143평 3층으로 지어졌다. 50평 크기의 본관 1층은 두밀리 어린이 책방으로 꾸며져 자원봉사와 협동조합이 이끌어 나가며 포럼과 세미나실, 공연과 전시를 위한 회랑이 마련됐다. 2층은 마을문화연구소와 밝맑기념문고로 사용될 예정이며 3층은 농민교양강좌와 독서회 등의 소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다.

주민 자치적인 도서관 만든다
밝고 활기찬 홍동지역이지만 청소년과 주민 모두에게 교육 시설과 문화시설이 부족하다고 느낀 주민들은 도서관을 짓기로 마음먹는다. 마을 주민들은 일반 도서관의 개념과는 다르게 생각했다. 지역 특성인 생태농업 정보의 저장고이자 주민의 평생 교육기관이고 지역 안에서 만남의 장소요, 미취학 어린이들이 책을 쉽게 접하는 곳일 뿐 아니라 지역 역사의 기록을 보존하고 정보센터로서 향토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홍동밝맑도서관은 이런 다양한 지역 주민들의 바람을 하나로 모은 자치적인 도서관의 의미를 갖는다.

“면 단위 지역은 돈을 벌어들이는 거창한 산업보다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아야 합니다. 주민들의 의식을 바뀌게 하거나 소통하는 데 있어 인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홍동은 지역 교육시설인 초등부터 고등부, 전공부, 도서관까지 일관된 교육세트가 잘 갖춰진 곳입니다. 학교와 지역은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며, 학교가 지역의 활력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마을이 학교이고, 학교가 마을이어야 교육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밝맑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학교와 협의하고 스스로 모금해 이뤄진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개관 이후 도서관은 철저히 주민참여로 운영할 예정이다. 농민들도 와서 지역 일을 소통하고 협의하는 공간, 주민들이 와서 공동체를 운영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 도서관 중심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하면서 농업만이 아니라 문화로 주민과 밀착한 형태를 지향한다는 계획이다.




“개관을 하기까지 무려 3년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일사천리로 되는 것은 없습니다. 어려운 농촌 현실을 감안해 경제적 수단을 맞춰가다 보니 예정 시간보다 지체되는 건 당연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따라 개관 과정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 상의하고 힘을 합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거쳐야할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야 지역 도서관의 기초가 다져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사실상 농촌에서 7억원을 모으기란 쉽지 않고 현재 부채도 안고 가야 합니다. 한꺼번에 큰돈을 쾌척한 사람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동전이 가득 담긴 저금통을 가지고 모여든 어린이들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전국각지에서 도서 기증도 많았다. 홍순명 선생은 대단히 훌륭한 책들도 많아 책장에 책을 꽂다보면 정신의 산맥에 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학교와 공유한다는 취지가 좋았고,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정신이 살려진 것도 의미가 깊다. 밝맑도서관 개관 과정들은 앞으로의 모든 지역 사업도 이런 식으로 돼야 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미래엔 문화와 환경이다
또한 민·관 협력도 바람직하게 이뤄졌다. 홍순명 선생은 주민이 먼저 시작하고 관이 협조하는 방식을 권장한다고 말한다. 주민의 요구사항이 있을 것이고 관과 밀착돼 필요 사항들을 채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에서도 큰 산업단지를 조성하거나 기업 유치와 개발에만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미래엔 문화와 환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홍동지역은 특정 소수의 지도자보다 학교와 지역 간의 협력으로 실력있는 인재를 배출하고 그 인재들을 중심으로 지역을 활성화하는 것이 매력적인 장점입니다. 사람은 자연과 문화적 환경에서 크는 것입니다. 초창기엔 풀무학교에서 지역에 관심을 갖고 어느 단계까지는 큰 영향력을 끼쳤겠지만, 지금은 홍동지역 각 학교가 한 마음으로 방과후학교나 전원학교, 교장공모제 등을 통해 일관성 있는 교육을 이끌어 냈다는 점이 지금의 홍동을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대안학교, 유기농법,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전공부 등 방문자들의 성격은 다르지만 전국에서 홍동지역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많이들 찾아옵니다. 그러나 우리 지역도 적극적으로 다른 지역의 우수한 사례를 배워야 하며, 만약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머지않아 우리 지역 고유의 특성과 장점은 고갈될 것입니다”




인문학 습득하는 농부를 키운다
오는 21일 금요일에는 동경대 교수였으며 교육학회 회장인 오다 다카시 교수를 초청해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란 주제로 기념 강연이 진행된다. 한 마디로 생명존중사상, 실천의 강연이다. 또한 개관식에는 주민들의 축사를 들을 계획이며 주민합창단의 공연도 준비됐고,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백승종 대표의 ‘밝맑사상과 농촌’이란 강연도 진행될 예정이다.

홍동밝맑도서관은 마을공동체의 역사를 함께 연구하고, 공동체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며, 인문학을 습득하는 농부를 양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 스스로 마을공동체의 삶을 깊이 성찰하고 풍요로운 공동체문화를 기르는 데 앞으로 밝맑도서관의 역할이 큰 힘이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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