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7〉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놀라움이 컸습니다. 한꺼번에 확 달라진 그림을 가져오셨기 때문입니다. 그림그리기를 부담스러워 하시던 분이 어떻게 이렇게 달라졌을까? 궁금했습니다. 며칠 새 자심감과 용기가 생겼던 것입니다. ‘참 잘하셨네요!’ 하니 ‘뭘 잘 혀!’ 하고 아직도 어색해하십니다. 그렇지만 정말 잘 하셨습니다.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그리면 그것이 좋은 그림입니다.
소재도 독특하고 면을 분할해 구성한 방식도 신선합니다. 꼬리를 활짝 편 공작새가 있고 작은 새들은 짝을 지어 놀고 있습니다. 작게 그린 새들은 ‘장가가는 날 기러기’ 라고 하십니다. 이 어르신은 할아버지가 장가 올 때, 또는 아들들이 장가들 때의 그 풋내 나던 꿈을 그리신 것 같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칸칸이 메워진 어여쁜 빛깔들이 꿈처럼 곱고 영롱합니다.
‘춤이라도 추고 싶어!’ 하십니다.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하니 ‘공부하니 좋지. 난 공부가 하고 싶었다우!’ 하십니다. 연세 많은 어르신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시니 가슴이 소리 없이 쿵! 하고 내려앉습니다. 공부를 한 나는 뭘 했나? 되짚어 생각하게 됩니다.
전만성<미술작가·수필가·미술인문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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