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살림연구소장
칼럼·독자위원
새 정부가 출발했다. 새 정부의 시작은 행정 혁신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행정 혁신은 한국에서 여러 단계로 발전해 왔다. 특히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 방향성과 내용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AI를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주제어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행정 혁신은 몇 단계를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우선 ‘행정 혁신 1.0’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전자정부의 도입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정부의 행정 서비스를 디지털화하고, 민원 처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뒀다. 2001년, 한국은 세계 최초로 전자정부법을 제정해 디지털 행정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민원 신청과 처리 과정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시민의 편의를 증대시켰다. 그야말로 정부가 시민에게 향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한 행정 혁신이었다.
‘행정 혁신 2.0’은 201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정부와 시민 간의 소통과 협업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 시기에는 데이터 기반의 정책 결정과 시민 참여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데이터를 활용해 정책을 수립하고, 시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피드백을 받고 정책에 반영했다. 상호작용이 중요한 행정 혁신의 단계이다.
‘행정 혁신 3.0’은 맞춤형이다. 1.0이 정부 일방이 제공하는 행정이었다면, 2.0은 상호작용이 중요한 혁신이었다. 이제 3.0은 요구하지 않아도 미리 파악해 제공되는 행정 혁신이다. 물론 이전에도 행정 3.0이라는 말은 많이 했지만, 행정 문화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그런데 이제 3.0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현재 우리는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행정 혁신 3.0을 경험하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은 공공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행정 3.0은 스마트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민원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향상시키고, 시민의 요구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정책 결정도 진행될 것이다. AI는 데이터 수집, 분석, 예측, 시뮬레이션 등의 기능을 통합해 정책 결정 과정을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다만 윤리적 고려는 필요하다. AI의 도입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의 편향성 등 윤리적 이슈가 대두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은 빠른 나라다. 아니, 그랬었다. 행정 혁신은 전자정부의 출발로부터 협업과 참여의 확대를 거쳐, 현재는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행정으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다만 최근 여러 정치·사회적 상황이 한국의 혁신을 느리게 하거나 퇴보하게 만들기도 했다. AI 시대를 맞이해 지금 한국은 챗GTP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쓰는 나라다. 물론 이것은 인구 비례가 아니라 절대수 기준이다. 하지만 기업이나 중소상공인 등 산업 영역에서는 아직 소극적이라고 한다.
이럴 때 행정이 혁신을 하면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국세 행정에서 AI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국민 부담 없이 수조 원의 세수 증대가 기대될 수도 있다. 군데군데 놀고 있는 돈들도 찾아낼 수 있다. 부정과 부패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계해야 하는 점도 있다. 정권마다 중요한 테마의 사업은 이름만 바꾼 ‘표지갈이 사업’들이 등장한다. 중복 사업이고 유행 사업이라고 부른다. 이미 그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예산 낭비도 디테일에 있다. 이를 최대한 가려 예산이 원래의 목적인 AI 활용 혁신에 기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