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보다 구조 점검이 다음 단계를 가를 핵심 과제로
[홍주일보 홍성=한기원 기자] 지난 가을 홍주읍성 일원에서 열린 ‘홍성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이하 홍성글바페)’이 단순한 지역행사를 넘어, 지역을 실제로 움직이는 축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줬다. 축제 이후 실시된 관람객 조사와 평가 자료, 그리고 최근 열린 성과 공유 간담회 결과를 종합하면 방문객 만족도와 소비지출, 지역 방문 유발 효과 등 주요 지표 전반에서 일정한 성과가 나타났다.
이번 평가는 설문 표본이 많지 않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치가 가리키는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축제가 ‘보는 행사’에 머물지 않고, 체류와 소비,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주문화관광재단의 축제 평가 결과에 따르면, 홍성글바페의 전체 평균 만족도는 7점 만점에 5.44점으로 집계됐다. 행사 운영과 프로그램 구성, 현장 분위기 등 주요 항목 대부분이 5점 이상을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긍정 평가를 받았다. 축제의 핵심 콘텐츠인 바비큐와 관련해서도 맛과 위생, 가격, 양에 대한 만족도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먹거리 축제가 안기기 쉬운 품질 논란을 일정 부분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7점 척도 기준 5점대 중반이라는 수치는 ‘성공’을 단정하기보다는, 축제가 본격적인 도약 단계로 넘어가기 전 점검이 필요한 수준으로 해석할 여지도 남긴다.
방문 동기 분석에서는 축제의 영향력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났다. 응답자의 87.5%가 ‘축제 참여를 위해 홍성을 방문했다’고 답했으며, 방문 목적의 68.8%는 ‘바비큐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축제 자체가 이동을 만들어내는 계기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부 방문객 비중 역시 60%를 넘으며, 충남도와 경기도, 서울 등 인근 광역권에서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다만 이러한 외부 방문이 지역 내 체류와 재방문으로 얼마나 이어지고 있는지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한 지점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눈에 띈다. 방문객 1인당 평균 소비지출은 약 7만 9000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식음료비와 쇼핑비 항목에서 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2일 열린 축제 성과 공유 간담회에서도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축제 평가를 맡은 한국관광학회 용역 결과에서도 소비지출 증가와 높은 만족도가 재차 제시됐다. 다만 이러한 소비가 지역 상권 안에 얼마나 축적되고 있는지, 축제 이후에도 지역 경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간담회에서는 성과의 원인에 대한 분석도 제시됐다. 관람차와 바이킹, 회전목마 등 테마파크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바비큐 도구와 공간 구성이 관람객의 관심과 흥미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테마파크 바비큐존’은 대표 프로그램으로, 한우·한돈존과 바비큐 체험형 콘텐츠는 흥미 프로그램으로 높은 선택을 받았다. 먹거리와 체험, 휴식 요소를 결합한 축제 구조가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셈이다.
방문객 구성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읽힌다. 가족 단위 방문객 비율이 절반을 넘었고, 연령대는 40대부터 60대가 중심을 이뤘다. 이는 홍성글바페가 특정 세대나 계층에 한정된 이벤트를 넘어, 함께 머물 수 있는 체류형 축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러한 구조가 향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점검 역시 과제로 남는다.
성과만큼 과제도 분명하다. 성과 공유 간담회에서는 △바비큐 요리경연대회 도입 △체험 프로
그램 확대 △연중 홍보 체계 구축 △충분한 준비기간을 통한 지역 기관과의 협력 필요성이 제기됐다. 방문객 증가에 따른 취식 공간 확충과 안내 표지판 보강, 결제 시스템 개선 등 운영 구조 전반에 대한 요구도 함께 나왔다.
이는 축제가 실패했다는 신호라기보다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점검해야 할 지점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의미에 가깝다. 규모 확대보다 운영의 세밀함과 공간 설계, 안전과 위생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지가 향후 축제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올 한 해 홍주신문은 국내외 지역축제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축제가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질문해왔다. 홍성글바페의 이번 평가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자, 동시에 새로운 질문의 출발점이다. 축제는 지역의 이름을 알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역 안에서 체류와 소비, 기억이 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홍성과 예산의 축제가 지속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큰 규모가 아니라 더 단단한 구조다. 이번 평가는 그 방향을 가리켰을 뿐, 실제로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의 선택과 설계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