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시작한 맛 연구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지난 2011년 3월 문을 연 ‘단가네속살칼국수(대표 단정덕)’는 지금의 자리 맞은편 2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시작됐다. 안산에서 25년간 제조업 공장을 운영했던 단정덕(63) 대표는 부도로 터전을 잃고 2007년 고향인 홍성으로 내려왔다. ‘아내와 함께 칼국숫집을 해보면 어떨까’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식당은 초반 혹평과 시행착오를 이겨내며 ‘전국에서 찾는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단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쓴 표정으로 말했다.
“맨손으로 내려왔어요. 어머님 집 담보 잡아서 칼국숫집을 시작했습니다. 초창기엔 하루에 3시간도 못 잘 만큼 레시피 연구에 매달렸어요.”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단가네속살칼국수(이하 단가네)의 대표 메뉴 ‘속살칼국수’는 이름처럼 생(生)바지락살을 아낌없이 넣어 풍미를 끌어올린다. 생김새보다 더 큰 차별점은 정성과 비법이 가득 담긴 국물에 있다. 단 대표는 12가지 재료를 넣어 3시간 이상 우린 육수만을 사용한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홍성에 있는 칼국숫집들을 둘러보니까, 대개 맹물에 칼국수를 끓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육수를 내자, 국물 맛을 월등히 올리자’ 생각했죠. 그리고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대충 못 해요. 저희는 MSG는 절대 쓰지 않습니다. 자연이 주는 맛이면 충분하죠.”
생바지락살의 경우 초창기엔 안면도 황도산을 사용했으나, 인적 자원이 고갈되면서 현재는 전북 고창군에서 매일 공수하고 있다. 단 대표의 말에 따르면,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까낸 바지락 속살은 껍질이 있는 바지락과 비교해 5배나 비싸다고 한다.
“가격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처음엔 ‘내가 실수했나’ 싶었어요. 근데 해감 문제나 맛을 생각하면 돌아갈 수가 없어요. 냉동은 한 번도 쓴 적 없습니다. 생물과 냉동은 하늘과 땅 차이예요.”
또한, 기계면보다 원가는 비싸지만 손으로 친 면의 탄력과 식감을 포기할 수 없어, 안산의 수타 전문 공장에서 제조한 면을 사용하고 있다.
‘속살칼국수’는 식사 마지막까지 쫄깃함을 유지하는 면발과 육수의 구수하고도 검박한 단맛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매일 다진다는 청양고추를 넣어주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기자는 반쯤은 그대로 먹고, 나머지의 반은 청양고추와 후춧가루를 더해 얼큰하게 맛보았다.
■메뉴 개발의 기준은 ‘색다름과 정성’
보리밥과 칼국수 단 두 가지 메뉴로 시작한 단가네는 손님들의 요청으로 ‘한방수육’을 추가했다. 이후 같은 이유로 인해 오곡을 직접 갈아 만든 ‘속살오곡파전’과 여름철 별미인 ‘콩국수’와 ‘비빔칼국수’까지 더해지면서, 단가네를 찾은 손님들은 총 6가지의 메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음식 장사가 처음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숱한 연구 끝에 메뉴를 하나하나 추가하게 됐어요. 손님들이 찾으시니까 만들어야죠. 일단 첫째는 좋은 재료고, 잠자는 시간 아껴가며 정말이지, 집사람과 매일매일 얼마나 연구에 몰두했나 몰라요.”
한방수육에는 홍성한돈 생삼겹살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황기·엄나무·대추 등을 넣고 누린내를 제거해 구수한 맛에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또,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해 밀가루 대신 찹쌀·서리태·녹두·보리 등의 오곡 가루로 만든 파전은 건강뿐 아니라 맛에 있어서도 절대 처지지 않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여름철 인기 메뉴인 콩국수는 단 대표가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이라고 말할 정도로 공을 들여 완성됐다. 그는 11월 중순 수확한 서리태만을 고집하며, 껍질을 제거한 알맹이와 콩 삶은 물을 사용해 ‘100% 콩물’로 만들고 있다. 그래서 단가네 콩국수는 푸르스름하면서도 약간의 검은빛을 띤다.
“비린내 없이 고소한 콩국수는 콩 자체가 좋아야 해요. 그래서 직거래로 가장 좋은 서리태만 받습니다.”
비빔칼국수의 경우 다섯 가지 과일이 들어간 양념장을 1년간 숙성해 사용하고 있으며, 양념장이 소진되면 메뉴 또한 품절된다. 또, 김치는 제조업 공장을 운영하던 시절 사내 식당에서 2천 포기씩 김장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연구해 더욱 발전시켰다.
“사내 식당에서 근무하시던 아주머니가 전라도 분이셨어요. 제가 그때 전라도 솜씨를 배웠죠. 그 양념 비법을 토대로 거듭 연구해서 김치 맛을 더 좋게끔 업그레이드시켰어요. 저는 그때도 홍성에서 김장 배추를 사다가 담았어요.”
단 대표는 지금도 열무·무 등을 지역 농가와 계약해 사 오고 있으며, 2주마다 열무 250단과 무 300개가량을 담아 손님상에 올리고 있다.
■주재료부터 부재료까지 모두 국내산 고집
앞서 말한 재료뿐만 아니라 단 대표의 집념은 작은 재료에도 예외가 없다.
“원산지는 무조건 국산입니다. 좋은 재료가 비싸다고 해서 빼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해선 음식 맛이 흔들립니다.”
고추는 두 물 세 물짜리, 맛이 가장 좋은 시기를 골라 사용하고 있으며, 김칫거리는 예산 신례원에서, 소금은 전남 신안군에서, 보리쌀은 군산시 옥구읍에서 들이는 등 값을 따지지 않고 모두 국내산만을, 그중에서도 최고만을 고집하고 있다. 보리밥 양념인 고추장과 들기름 또한 직접 만들고 있다. 이처럼 소홀히 여길 수도 있는 작은 부분까지 단 대표는 최상만을 취급한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맛, 가맹점 문의도 이어져
단가네는 홍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큰한 칼국수와는 달리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뽀얗고 하얀 칼국수를 고수했다. 이는 다른 집과는 다르다는 차별점이자 어쩌면 손님에게 외면당할지도 모를 위험성이었다. 그러나 “국물 맛이 끝내준다”며 입소문이 퍼지면서, 오픈 3개월 뒤부터 꾸준히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서산·당진·천안·대전·광주·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방문하는 맛집이 됐다.
특히 여름철 매출이 가장 좋다. 이열치열을 즐기는 칼국수 손님들과 이열치냉을 즐기는 콩국수 손님이 고루 방문하기 때문이다. 또, 계절과 상관없이 속살오곡파전은 한 달에 900장 가까이 나간다.
방송 촬영 요청도 많지만, 단 대표는 “광고 형식의 방송은 하지 않는다”며 거절해 왔다. 그러나 당일 급작스레 “저희들 먹는 것만 찍겠다”는 유튜브 촬영을 허락한 경우는 있다고 한다.
또한 가맹점 문의도 잦아, 내년에는 수원에 새로운 지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단정덕 대표는 무분별한 지점 확대보다 관리의 완성도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번 방문해서 드셨던 손님이 체인점 좀 내달라고 부탁하셔서 곧 수원에 생길 예정이에요. 전에도 다른 분께 체인점을 내드린 적이 있는데 연세가 드셔서 그만두셨거든요. 체인점을 늘린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에요. 관리가 잘 되는 게 우선이죠.”
■손익을 따지지 않는 장사 철학
단 대표는 단호하게 말한다.
“재룟값이 올라도 바꾸거나 아낀 적 없습니다. 손익 계산하다 보면 음식 맛이 흔들려요. 저는 아예 계산을 안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대략 5년 정도 더 운영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맛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갈 뜻을 밝혔다. 또한 “확실히 못 할 거면 아예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성실한 노력이 결국 음식의 완성도와 손님들의 신뢰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끊임없는 연구와 원칙을 향한 고집은 그가 지켜온 음식 철학의 중심이 되고 있다.
◆단가네속살칼국수 메뉴
△속살칼국수 9,000원 △콩국수(여름) 9,000원 △보리비빔밥 9,000원 △속살오곡파전 13,000원 △비빔칼국수(여름, 2인 이상) 19,000원 △한방수육 大 35,000원 小 25,000원
·주소: 충남 홍성군 홍북읍 도청대로 208
·영업시간: 매주 오전 11시~오후 9시, 브레이크타임 오전 3시~4시 | 월요일 정기 휴무
·전화번호: 041-631-97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