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교부·예산 이월은 공통 변수… 결과는 홍성만 ‘미흡’
[홍주일보 홍성=김용환 기자] 대한민국 문화도시 1년 차 성과평가에서 홍성군이 ‘미흡’ 판정을 받았다. 군은 조건부 승인으로 인한 국고 교부 지연과 예산 이월을 원인으로 들었지만, 13개 지자체 모두 비슷한 여건 속에서 사업을 시작한 만큼 결과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교부 지연이라는 외부 변수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상임위인 윤일순 행정복지위원장은 “아직 평가 사유에 대한 공식 보고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언급하기에는 조심스럽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상임위 차원의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일부 의원들은 “예견된 결과”라며 교부 시점보다 사업 설계와 실행력의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같은 출발선, 다른 성적표’의 이유?
나라살림연구소의 ‘대한민국 문화도시 13개 지자체 집행현황 분석(2025년 12월 24일)’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월 말 기준 13개 지자체의 평균 국비 교부율은 65.6%, 평균 실집행률은 44.1%에 그쳤다. 교부 지연과 이월 발생은 홍성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홍성군의 국고보조금 교부율은 55.8%로 평균보다 낮았고, 이월 예정액은 44.2% 수준으로 분석됐다. 총예산 중 재단·지자체 직접 수행 비율은 42.7%, 민간위탁은 57.3%였다.
주목할 점은 ‘교부 시점’이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홍성을 포함한 세 지자체는 7월 초 국고보조금을 교부받으며 동일한 조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집행은 달랐다. 홍성군은 8월 말 기준 실집행액과 집행률이 0%였던 반면, 같은 조건의 속초는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교부 시점은 같았지만, 집행은 2개월 동안 시작조차 되지 못한 셈이다. 출발선은 같았으나 실행력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잘못 끼운 첫 단추… 내부 설계 문제
최선경 홍성군의회 의원은 “맨 처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채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때부터 민간위탁 구조와 예산 집행의 투명성 문제를 계속 제기해왔다”며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199억 원 규모 사업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에 걸린 부분들도 있었지만 구조 정비 없이 넘어갔다”며 “막대한 예산을 집행했는데 무엇이 결국 남았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이 교부 지연을 원인으로 설명한 데 대해서는 “늦어진 원인 자체가 준비 미흡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더 이상 외부 요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올해가 사실상 방향을 정하는 해”라며 “집행 구조와 관리·감독 체계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과보다 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우선
권영식 홍성군의회 의원 역시 이번 평가를 “예견된 결과”라고 봤다. 그는 민간위탁에서 재단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급작스러웠고, 인수인계와 노하우 축적이 단절되며 준비가 늦어졌다는 점을 짚었다.
권 의원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의 투명성이 먼저”라며 “군비가 매칭되는 사업인 만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집행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첫해에는 여러 변수도 있었던 만큼 지금 단계에서 성패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비판할 부분은 분명히 하되, 남은 2년 동안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응원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6년간 50억 원 집행… 구조 정비는 없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은 3년간 199억 원이 투입되는 중장기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그 이전 단계에서 이미 적지 않은 예산이 집행됐다.
그동안 홍성군은 문화도시 선정을 위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을 추진하며 약 37억 5000만 원을 집행했다. 이후 2024년 ‘대한민국 문화도시 예비도시’로 선정되면서 1년간 13억 원의 예산이 추가 편성됐다.
결과적으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약 50억 원 규모의 예산이 민간 수행기관인 ‘홍성생태학교 나무(대표 모영선)’에 집중 집행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위탁 방식의 적정성 △수탁업체 선정 과정 △위탁비 산정 근거 △수의계약 및 재위탁 운영 구조 등에 대한 문제가 군정질문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일부 용역의 단가 적정성 논란과 보조금 집행 방식도 도마에 올랐지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은 현실화되지 않았고, 군청 내부 감사에 그쳤다.
6년간 이어진 집행 구조와 논란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3년간 199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본사업이 출발한 셈이다.
남은 사업기간 2년… 변명보다 변화의 시간
‘미흡’이라는 첫해 성적표는 이미 공개됐다. 이제 남은 2년은 교부 지연이나 제도 탓을 반복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 논란을 이어갈 것인지, 구조를 바로 세울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다. 변명보다 변화로 답해야 한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홍성’은 지금, 결과로 증명해야 할 시간 앞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