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로] 농산물 검수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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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로] 농산물 검수의 어려움
  • 맹다혜<곰이네농장 대표, 주민기자>
  • 승인 2014.04.24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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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헐레벌떡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낮에 학교급식 검수하다 검은 점이 있다며 돌려보냈던 그 양배추를, 미안한 맘에 사와서 씹어 먹으며 저녁을 대신한다.
솔직히 나는 그 양배추에 왜 검은 점이 살짝 박혔는지 농사짓는 입장에서 너무도 잘 알지만 돈 받고 하는 주 밥벌이가 모양새 안 좋은 농산물 걸러내는 일이다보니 하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만약 농업인의 입장에서 학교급식에 농산물을 공급하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반려된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나도 길길이 날뛰었을거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나의 정체성이 뭘까 비웃으며 오늘도 씁쓸한 검수를 하게 된다.
다만 위안이 된다면 전체를 위해 지금은 이렇지만 점점 더 농산물의 생산과정을 말씀드릴 수 있는 여유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하튼간에 봄은 곧 초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밖을 쳐다보면 풋 이파리가 기분 좋은 계절임에도 사방이 정말 우중충하다.
이번 주 들어서 학교마다 봄을 맞이해 계획했던 수련회, 현장학습, 수학여행이 세월호 여파로 줄줄이 취소되면서 학교 급식지원센터에서도 급발주가 늘어났다. 이렇게 되면 급식 펑크 나면 안된다는 단순한 이유로 또 정신없이 일하게 될 것 같다.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의 황당함보다는 그분들의 슬픔이 더 어려운 것이라 상황에 따라 실수 없도록 일하고자 모두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나저나 안 그래도 봄배추, 햇양파를 비롯한 봄 농산물의 가격폭락이 예상된다고 했었는데, 세월호 사건까지 터지며 또 애꿎은 농산물 가격만 바닥을 치겠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아무래도 모든 분들이 흥겹게 봄나들이를 가주셔야 소비도 그나마 늘어날 텐데 말이다.
사람들은 농사가, 농업인이, 매일 마시는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가장 민감한 산업이고 가장 밑바닥에서 위에서 저지른 사소한 실수로 엄청난 여파를 감당하는 산업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래저래 정말로 우중충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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