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로]맹다혜씨네 작은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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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로]맹다혜씨네 작은 텃밭
  • 맹다혜<곰이네 농장 대표, 주민기자>
  • 승인 2014.05.22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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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농장이름을 바꾸려 생각 중이다. 전에 하던 농사에 비하면 텃밭 수준이라 무슨 농장이라 이름붙이기도 민망하고 해서 생각해낸 게 이거다. ‘맹다혜씨네 작은텃밭’. 웃기긴 하지만 아주 사실적인 이름이라 맘에 드는 중이다.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고 하는데 내 텃밭은 거의 1주일에 한번 들어가서 일하고 가끔 애플민트를 딸 때나 잠깐 들어갔다 오는 경우라 오랜만에 보면 정말 몰라보게 커있다. 엉망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만큼 커주는 것에 감사하고 기특한 마음이 든다. 본의 아니게 무경운이 되었고 또 본의 아니게 무화학비료로 짓는 토마토, 애플민트 농사가 되었다. 전 같으면 방울토마토에 더 많이 달리라고 영양제를 수차례 뿌리고도 남았을 시간이지만 이번엔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의외로 잘 크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농사에 욕심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사실 이번 방울토마토는 2월 중순에 심었는데, 3~4월에 바쁘다는 핑계로 순치는 작업을 못해줘 수없이 나온 순을 다 잘라냈었다. 그중 강하고 어린 순을 하나만 남겼었는데 그러다보니 뿌리는 상대적으로 커지고 토마토 줄기와 잎은 작아진 경우가 되어 오히려 영양제 없이도 힘차게 클 수 있는 토마토 나무가 된 것이다. 나도 수고를 덜어서 좋고 드시는 분들께도 건강에 더 좋은 것 같아 흐뭇해진 경우가 되었다. 앞으로도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이런 방식으로 토마토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여튼 올 봄은 요 몇 년사이 방울토마토 값이 제일 좋은 해였단다. 주변에서 값 좋을 때 빨리 따내지 뭐하는 거냐 한 소리씩 하시 길래 내 토마토가 안 나오니까 그런다며 웃어넘겼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영양제와 비료 값을 줄였고 그걸 안해서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이유가 생겼다. 시간과 여유가 남았는데 뭐가 문제냐는 배짱이 생긴 것이다. 그간 수없이 많은 분들이 그 점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 여태 난 뭘 배우러 다녔던 것이며 무슨 농사를 지었던 것인지 아쉽기도 하다. 조금만 욕심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여유로운 눈으로 내 농사를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농장 이름을 굳이 ‘작은 텃밭’으로 하려는 것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다시는 농사짓는 기본 자체를 흔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퇴근하고도 일이 밀려있는 하우스를 보면 구질구질하고 너무 힘들지 않느냐며 농사를 아주 그만 두라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끝났다고 생각하시는 그 농사가 나한테는 아직도 배우는 중인 것이고 농사짓는 여러 과정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휴일에 놀러간 것 보다야 못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다시 출근하면 오히려 머리가 맑고 뿌듯하다. 늘 뭔가가 부족하고 여차하면 개판이 되는 내 하우스도 나를 늘 부족한 인간이라고 느끼게 하는 보호막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반 직장에서는 안 따져주는 경력이지만 어딜 가서나 땅 빌려서 하우스 짓고 농사지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큰 의미이다. 그 농사로 몇 명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느냐 하는 적정 수준이 각기 다를 뿐 나한텐 최소한 늙어서 용돈벌이는 할 수 있는 능력이니 연금과도 같은 것이다. 잘 가꿔서 늙어서도 그 지긋지긋하다는 농사짓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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