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기 속에 피어난 배움의 열기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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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기 속에 피어난 배움의 열기 뜨거워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4.12.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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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열린 건묵 서예전에서 건묵회 회원들의 모습.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홍주문화회관 2층 전시실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의 개성을 담은 80여점의 작품을 모은 전시전이 열린 것. 이들 작품은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내 서예반 회원들인 건묵서예회(이하 건묵회) 회원들의 작품으로 건묵회는 적게는 65세부터 많게는 87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르신들이 활동하는 서예 동호회다.

건묵회는 먹에서 건강을 찾자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으로 복지관이 문을 연 1997년 12월 무렵 결성돼 현재 80여명의 회원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천자문, 명심보감, 명언 등 좋은 글귀나 고사성어를 쓰고 함께 품평하는 우병환(82) 선생이 창단 초기부터 강사로 나서 지도를 맡고 있다.

4년째 서예를 수련한다는 건묵회에서 이환무(76) 회장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매번 작품을 전시할 때마다 설레고 또 처음 작품과 비교해보면 많이 발전했다 싶다”며 “이렇게 나이가 들어도 배울 것이 있고 붓글씨를 쓰는 모습을 자식들도 자랑스러워 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정신을 집중해 글씨를 쓰다보면 시간도 금세 지난다”며 “손주나 자녀들 보기에도 멋스러운 취미고 내가 쓴 글씨를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주는 것도 큰 보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모임은 자유롭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 노인종합복지관 내 서예교실에 모여 양껏, 능력껏 배우고 간다.

먹 내음 가득한 곳에서 나이든 학생들은 우병환 선생의 개인지도를 받아가며 노년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서예를 지도하고 있는 우병환 선생은 “다들 열의와 열정이 뛰어나 회원의 절반은 국전 등에서 입상할 정도로 실력도 뛰어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회원들은 짧게는 1~2년차, 길게는 10년차 장기 회원도 있다. 때문에 실력들도 쟁쟁하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서예대전에 출품해 입상한 회원만 해도 어림잡아 40여 명에 이른다. 입선부터 특선까지 다양한 실력을 선보였다.

인생의 대부분을 부산에서 살다가 자녀들 때문에 홍성으로 왔다는 권오훈(74) 씨는 “전부터 붓글씨에 관심이 있었는데 노인회관에 가면 붓글씨를 배울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초서는 아직 무리지만 올해는 행서를 배워보고 싶습니다”라며 의욕을 보였다.

회원들이 손꼽는 서예의 첫 번째 매력은 집중이다. 몸과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 글씨 쓰기에만 오롯이 집중을 해야 제대로 된 글씨가 나오기 때문이다. 우 선생은 “붓글씨는 덜렁덜렁하는 마음으로는 쓸 수가 없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정신을 집중해야 해 붓을 잡으면 잡념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자기수양으로도 그만 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수묵담채화를 전시한 정복예(79) 할머니는 “손자손녀들도 붓글씨를 쓰거나 사군자 등을 그리면 할머니 붓글씨 쓴다며 신기해하고 좋아해서 보람을 느낀다”며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전시도 하고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좋다”며 밝게 미소 지었다.

글씨를 쓰는 데는 개성이 있는 것이지 명필도 졸필도 없다는 우병환 강사의 지도처럼 건묵회 회원들은 각자의 개성을 담은 필체를 가지고 있다. 좋은 글귀나 좋은 붓, 먹에 자꾸 탐이 난다는 건묵회 회원들은 오늘도 묵향 가득한 시간을 보내며 건강을 지켜가고 있다.

건묵서예회는 노인종합복지관을 이용할 수 있는 나이면 남녀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서예를 배우고자 하는 분은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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