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돼지를 키우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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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돼지를 키우는 지혜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2.08.0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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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4대강사업으로 유속이 느려진 강에 녹조가 심해지면서 대도시의 식수공급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전체인구의 절반이 서울·경기에 살고, 큰 강을 끼고 발달한 대도시의 녹조(식수) 사태는 비록 우리 집 수도꼭지의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자녀와 친지들이 겪는 고통으로서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녹조의 중요원인은 ‘더위’, ‘오염’, ‘하천정비’라고 할 수 있겠다. 세 가지 요인에서 여름철 더위는 자연현상이니 탓할 수 없으므로 결국 사람이 만든 인재(人災)로서 에너지의 순환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음을 말한다.

문명은 순환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며, 엄청난 찌꺼기를 배출하고 있다. 여기에 위생만을 강조하는 ‘도덕적 청결주의’의 생활습관은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순환체계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지배자로서의 소비적 존재라는 착각에 빠지게 하여 엔트로피(Entropy)의 증가를 부추긴다.

이처럼 도시의 인구집중 현상과 이기적 문명은 인간의 탐욕에서 출발하고 있으므로 지금 현재로서는 누구도 뚜렷한 대책을 내어 놓을 수 없다. 다만 정부는 4대강사업이나 골프장처럼 대규모 자연파괴 행위들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며, 개인들은 생활에서의 작은 지혜들을 실천해야 한다.

따라서 아래 똥돼지 이야기는 당장 현실성은 없지만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인 엔트로피를 최소화 하는 지혜를 제공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똥돼지는 말 그대로 “똥(인분)을 먹고 사는 돼지”이다. 다시 말하면 인분 속에는 돼지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제주도와 지리산주변 일부에서 똥돼지를 사육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문에서 집을 뜻하는 집 가(家)자가 지붕아래 돼지(豕)를 형상화 하고 있는데서 보듯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일대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돼지는 사람과 한 지붕에서 살았고, 사료가 풍부하지 못한 시절에는 개처럼 음식찌꺼기와 인분을 먹었을 것이다.

사람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고 배출되는 인분은 돼지의 먹이가 되며, 논밭에 뿌려진 돼지 똥은 식물의 영양소가 되고, 그것은 또 다시 사람의 음식으로 돌아오는 완벽한 순환체계를 가진 생활방식이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도덕적 청결주의’를 대표하는 수세식화장실은 모든 것을 물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엄청난 가용자원을 불가용자원으로 만들어 버리는 생활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불가용자원을 처리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붓다는<반야심경>에서 “①더러운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으며(不垢不淨), ②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는다(不增不減)”고 말씀하신다. ①은 자연의 순환적 체계를 말하며 ②는 우주의 총량을 말한다. 문제는 ①에 대한 지혜와 실천이 부족하면 우주(지구)는 불가용자원인 쓰레기로 꽉차버릴 것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지만 4대강사업에 투자된 22조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똥돼지의 지혜에 사용되었다면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튼실한 녹색성장의 기틀을 마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경제에서 축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홍성 역시 이 같은 지혜를 모아 ‘꿩 먹고 알 먹는’ 정책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홍주일보·홍주신문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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