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효봉윤기정문학상’ 수상자 조기조 시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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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효봉윤기정문학상’ 수상자 조기조 시인 ‘선정’
  • 한기원 기자
  • 승인 2025.03.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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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단법인 효봉재단, 노동절에 노동문학관에서 시상
제4회 효봉윤기정문학상 수상자 조기조 시인.

미국 재단법인 효봉재단(이사장 윤화진 시인)은 지난 12일 ‘제4회 효봉윤기정문학상’ 수상자로 조기조 시인을 선정했다. 심사위원으로 앞서 수상한 정세훈 시인과 맹문재 시인, 성희직 시인이 참여했다.

효봉재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21년 펴낸 시집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에서 기술(자)로 대변되는 노동(자)의 미세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진중함을 남다르게 보여줬으며, 오랜 기간 공장에서 기계 만드는 일을 해 온 후 설립한 출판사 ‘도서출판 b’를 통해 20여 년간 노동 관련 문학 서적 등을 비롯한 다수의 인문학 양서를 출간, 노동(자)와 사회에 끼친 공로가 큰 조기조 시인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모든 장르 문학인을 심사 대상으로 하는 효봉윤기정문학상은 시상 연도 기준으로 지난 5년간 효봉 윤기정의 문학정신과 노동의 가치를 드높인 작품 활동, 노동문학과 관련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한 문학인을 선정해 시상한다. 작품만을 심사기준으로 하는 문학상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 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매년 5월 1일 노동절에 노동문학관에서 시상한다.

수상자 조기조 시인은 공고를 졸업한 후 20여 년 공장에서 기계 만드는 노동을 하였으며, 1980년대 말 구로공단 지역에서 노동자문학운동을 했다. 1994년 제1회 ‘실천문학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03년 ‘도서출판 b’를 창립해 현재까지 인문학 중심의 출판 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 《낡은 기계》, 《기름美人》,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 편저서 《한국대표노동시집》 등이 있으며 ‘천상병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조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윤기정 선생은 염군사를 거쳐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의 맹원이었다. 그의 활약은 한국 근현대문학의 개척에 있었다. 100여 년 전과 지금의 시대정신은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문학에서 그가 개척한 프롤레타리아 예술이라는 근원적 효시에 내 문학의 지향점이 꽂혀 있다는 점에서 일말의 통시적 동일성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며 “아마도 그러한 지점에서 효봉재단과 효봉 윤기정문학상 심사위원회에서 나를 수상자로 선정했을 것이다. 이에 감사한 마음이 깊지만 수상의 기쁨이나 설렘보다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크다. 비슷하다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위해 모든 걸 걸었던 자의 고뇌로 나의 심란한 이력에 덧칠한다는 느낌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효봉 윤기정은 1903년 서울에서 태어나 보인학교에서 수학했다. 1920년 재학 중 장두희와 민영득과 함께 구광단을 조직해 활동하다가 일제 경찰에 발각돼 취조를 받았다. 1921년 조선일보에 소설 ‘성탄야의 추억’을 발표했다. 1925년 초대 카프 서기장을 지냈으며, 일제의 카프 문인에 대한 제1차 및 제2차 검거에 포함됐다. 1945년 해방 후 카프의 재건을 역설했고, 1955년 지병으로 타계했다.


기계, 기름, 기술이라는 세 가지 상징으로 삶과 노동의 세계 그려

“처음 시를 짓기 시작할 무렵 기계, 기름, 기술이라는 세 가지 상징으로 삶과 노동의 세계를 그려보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시인은 특유의 ‘기계적 상상력’을 발휘해 시집 《낡은 기계》와 《기름美人》을 펴낸 바가 있다. 따라서 이번 시집으로 ‘기계 → 기름 → 기술’로 이어지는 소위 ‘기계 3부작’을 마무리하고 있다. 한국시가 갈수록 가볍고 발랄한 시들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의 최근 문학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단독적인 시세계를 펼쳐 보이려는 진중함이 담긴 시집이다.

그는 마흔을 분기점으로 이전에 20년간 공장에서 기계 만드는 일을 하다 이후 인문학 출판사를 차리고 다시 20년 가까이 책을 만들고 있다. 시인은 기계를 만들 때 모터와 유공압 기술을 전문으로 공장자동화 라인을 설계, 제작, 시운전을 하는 기술자였다고 한다. 현재는 기름 범벅으로 잔뼈가 굵어진 손으로 난해한 최신 철학 원고를 들고 편집, 교정, 교열, 표지디자인, 제작, 영업 등등 출판의 전 공정을 직접 수행하는 전천후적 기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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