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막걸리의 친구들
상태바
우리는 모두 막걸리의 친구들
  • <막걸리의친구들협동조합>
  • 승인 2026.01.22 07:16
  • 호수 926호 (2026년 01월 22일)
  • 1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막걸리의 친구들’이 협동조합이라는 제법 그럴듯한 모양을 갖추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여섯 명의 조합원들은 홍성 곳곳은 물론 서울, 예산, 문경 등 전국을 오가며 ‘막걸리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때로는 막걸리 빚는 법을 나누고, 때로는 홍성 지역의 가양주 명인들을 찾아 기록하고, 때로는 동네 막걸리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하고, 그리고 시시때때로 막걸리를 마셨다. 하지만 술 모임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하게 진지하고, 양조장이라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모습 때문에 종종 우리의 정체에 대해 혼란과 오해를 사기도 했다. ‘막걸리 뒷이야기’를 전하겠다고 나선 막걸리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먼저 전하려는 이유다.

가장 자주 받는 오해, 아니 오타는 막걸리의 친구들을 ‘막걸리와 친구들’이라 쓰고 부르는 일이다. 글자 모양이나 의미로나 멀지 않으니 이만하면 귀여운 실수에 속하고, 그 참에 우리 이름을 다시 한 번 알릴 수 있으니 나쁘지만은 않다. 또 하나, 가장 가까운 이들로부터 제기되는 의혹은 우리가 술이나 마시려고 만든 위장 기업이 아니냐는 것인데, 이것에 대해서는 할 말은 많지만 사실 절반은 맞는 이야기이기에 말을 아끼기로 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도 비밀에 부치겠다.

최근에는 또 하나 아주 영광스럽고 과분한 오해를 받았다. 바로 막걸리의 친구들이 <슬기로운 로컬 생활>이라는 체험 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로컬 자원을 활용한 창업’ 사례 중 하나로 소개된 것이다. 이히브루, 젤라부와 같은 홍성의 대표 로컬 창업가들 사이에 이름을 올리게 되자 기쁨과 동시에 걱정이 뒤따랐다. 프로그램 안내문 속 ‘마음속에 품고 있던 나만의 덕질을 일로 만든’ 덕업일치의 사례라면 할 말이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로컬 자원을 활용한 창업’ 사례라고 불릴 수 있을까. 쉽게 답하기 어려웠다.

문제는 단어 하나였다. ‘자원’. ‘로컬 자원을 활용한 창업’으로는 우리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자원은 꼭 쓰고 나면 사라져 버릴 것처럼 느껴졌다. 지역을 경제적 관점으로만 바라본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느낌만은 아니었는지, ‘자원’은 사전적으로도 경제 용어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때 떠오른 단어가 ‘유산’이었다. 자원과 어울리는 말이 활용이라면, 유산과 어울리는 말은 계승일 것이다. 유산에는 그 안에 깃든 시간과 수고, 문화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단어를 바꾸고 나자 우리가 해온 일들이 조금은 또렷해졌다.

막걸리의 친구들이 자리한 홍동면은 유기농업을 중심에 두고, 더 나은 삶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혼자가 아닌 협동의 방식으로 만들어온 마을이다. 유기농업과 협동조합이라는 보물 같은 유산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자원에서 유산으로 단어를 바꾸자, 막걸리의 친구들 역시 그 흐름 속에서 태어나 막걸리라는 매개로 지역의 유산을 이어가고자 한다는 생각이 분명해졌다.

먼저 유기농업이라는 유산. 막걸리의 친구들은 언제나 농사와 막걸리의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흔히 막걸리를 ‘농주(農酒)’라고 부르지만, 그 말이 품고 있던 의미는 점점 옅어지고 있다. 막걸리는 농사의 결과물이자, 모내기와 추수 같은 중요한 농사 일정마다 농부의 곁을 지켜온 술이었다. 막걸리의 자리를 다시 찾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프로그램 곳곳에 농사의 리듬과 계절의 감각을 담고, 지역 유기농 찹쌀을 재료로 쓰며, 안주 역시 로컬과 제철, 친환경 농산물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

내용적으로 농사와의 연결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면, 형식적으로는 협동조합이라는 방식으로 지역의 유산을 잇는다. 홍동면은 빵집과 술집은 물론 병원까지도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마을이기에 협동조합이라는 형식을 택한 것은 우리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물론 빠르고 과감한 판단을 요구하는 사업의 영역에서 여럿이 함께 결정하고 실행하는 협동조합의 방식은 때로 불편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함께이기에 가능해지는 놀라운 순간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막걸리는 여럿이 어울려 마셔야 제 맛 아니겠나.

이렇게 막걸리의 친구들은 우리가 이어 받은 것들을 사람들과 잘 나누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인 막걸리 빚기 클래스뿐 아니라, 홍성지역 가양주 명인 기록 사업, 홍동 막걸리 페스티벌 같은 활동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막전막후’ 연재 역시 바로 이런 마음에서 출발한다. 술을 마시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술을 파는 것도 아닌 이 애매하고 이상한 단체가 전하는 막걸리 뒷이야기가 꼭 술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라는 예고이자 변명도 미리 꺼내놓는다. ‘쌀농사 짓는 농부와 농부를 돕는 생물들, 막걸리의 재료인 쌀과 누룩, 막걸리 빚고 남은 술지게미, 막걸리와 함께 즐기는 안주, 막걸리를 좋아하고 빚어 먹는 사람들’ 모두가 막걸리의 친구들이기에, 이 글은 결국 막걸리를 둘러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이어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