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통하는 행정
상태바
상식이 통하는 행정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4.03.27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대기업 재벌의 ‘황제노역’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법원이 249억원의 벌금을 내지 않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노역 일당을 5억원으로 책정한 것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판부의 판결은 허 전 회장이 벌금 249억원을 내는 대신 49일 동안 교도소에서 청소 등 노역을 하면 모두 탕감해 주겠다는 것이다. 5억원의 노역 일당은 사상 최고 액수다.
논란의 초점은 재판부의 판결이 형평성에 어긋나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은 노역장에서 일을 하고 고작 하루 5만원을 탕감 받는데 재벌회장은 무려 1만배에 달하는 5억원을 깎아 준다는 것은 보편적인 시각으로 볼 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재벌그룹 회장에 대한 특혜라는 비난이 대두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제도 개선을 언급하고 나섰지만 사후약방문이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이미 의미를 잃었고 법원의 불신은 깊어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상식선을 뛰어넘고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재판부의 판결이 도화선이 됐다. 상식적으로 이해되고 납득될 수 있는 것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보편성은 대화와 소통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국민 정서를 감안하고 비정상적인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들어 반영했다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은 내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홍성군에서도 상식을 뛰어넘는 행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초 대두된 군청사 이전 백지화 문제다. 군청사 이전은 홍성과 예산군이 충남도청 이전지로 결정된 지난 2005년부터 거론됐다. 당시 군의회나 군민들 사이에는 지역간 균형발전과 도청소재지인 홍성군의 백년대계를 위해 군청사를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같은 여론에 따라 장기적인 측면에서 군청사 이전을 추진키로 하고 우선적으로 기금 적립을 시작했다. 어디로 이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후 군민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홍성군은 올해초 갑자기 군청 바로 옆에 위치한 홍주초등학교로 군청사를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풍스러운 외관의 건물을 지어 홍주성의 모습과 어우러지도록 한다는 구체적인 플랜까지 제시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군민들은 의아해 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어떤 의견수렴 절차나 계획을 내놓은 적이 없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홍주초로 옮긴다고 하니 황당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군청사 이전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좁고 낡은 청사를 새로 짓는 것이지만 넓게 본다면 홍성군의 중심축을 바꾸는 천도(遷都)와 같다.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적인 입장에서 판단할 사항이 아니라 내포신도시와 더불어 발전할 홍성의 백년대계를 생각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다. 군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합의과정을 거쳐 보편타당성을 갖춘 상식을 만든 뒤 추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홍성군은 이미 상식에서 벗어난 궁리지구 문화스포츠레저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다가 좌초된 쓰라린 경험을 한 바 있다. 무려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사업비가 투자되는 사업이 아무도 모르게 추진됐고 업체와의 협약 체결에서부터 사업 포기까지 상당수의 절차가 지극히 비밀리에 진행됐다. 더군다나 홍성군은 1년 예산의 절반이 넘는 2500억원을 채무 보증해야 하는데도 군민의 입장이 아닌 업체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으니 이런 모습을 보는 주민들이 납득할리 만무하다. 이 사업은 상처만 남기고 추진 3년여 만에 포기했지만 행정기관의 신중한 사업 결정과 보편타당적인 추진 과정 등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남게 됐다.
출범 1주년을 맞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국정 중의 하나가 ‘비정상의 정상화’다. 과거로부터 지속되어 온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본이 바른 나라는 보편타당성을 갖춘 상식이 통하는 사회다.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듣는 것에서부터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여론수렴과 소통이 곧 상식을 만든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충남도청 이전으로 나날이 모습이 바뀌어 가는 홍성군도 이제는 상식이 통하는 행정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