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행복한 요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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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행복한 요리시간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4.11.1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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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탐방 '2기 가족을 위한 아버지 요리교실'

지난 11일 저녁 홍성읍 오관리 홍성요리학원. “오늘은 카레라이스와 북엇국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조병숙 원장의 지도에 따라 수강생들은 채소를 다듬는가 하면 마늘 찧으랴 저마다 손길이 분주하다. 수강생들의 면면을 보니 다른 요리교실과 다른 특징이 들어온다.


진지한 눈빛으로 강사의 지도에 따라 요리하는 20여명의 수강생들은 모두 중년의 남성들. 이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져 온다.이들은 군이 운영하는 ‘가족을 위한 아버지 요리교실’ 수강생으로 40~50대의 직장인과 자영업자, 전문직 등으로 다들 한 가정의 아버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버지 요리교실은 지난달 7일부터 문을 열었으며 매주 화·목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일주일에 2회 운영돼왔다. 이들은 그동안의 수업을 통해 10여 가지의 요리를 배우며 숨겨져 있던 소질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이날은 요리교실의 수업이 중반을 넘은 10회차 수업이다.

능숙하게 재료를 손질하고 멋지게 요리를 만들어내는 팀이 있는가하면 지적을 받는 팀도 속출한다. 그러나 수업시간 분위기는 너나할 것 없이 화기애애하고 즐거움이 넘친다.평소 어렵게만 느껴졌던 아버지가 요리를 하기 시작하니 아내와 자녀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박학규(53) 씨는 “요리를 직접해보니까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고 신선했습니다. 무엇보다 배운 요리를 가족에게 선보이니 좋아하고 자녀에게도 이런 아빠의 모습이 좋은 교육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자녀들에게 술에 취해 퇴근하는 아빠의 모습을 자주 보여서 미안했다는 김완섭씨는 “아이들에게 아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이번에는 아빠가 어떤 요리를 배워서 해줄지 설레며 기다립니다”라며 “요리를 통해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도 더 늘고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 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영우한의원의 이영우 원장도 아버지 요리교실의 수강생 중 한명이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집에는 이제 부부 둘만 남았다.

아내에게 자신의 손으로 요리를 해주고 싶었다는 애틋한 마음을 전한 이 원장은 “전에는 라면을 끓이는 정도 밖에 못했었죠. 여기서 요리를 배워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내 요리를 대접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고,  배운 요리를 하니까 아내도 좋아합니다. 손자, 손녀에게도 맛있는 요리를 먹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요리에서 그치지 않고 아기자기하게 요리를 꾸미는 법도 배운다. 이날은 만든 카레를 활용해 곰이 카레 속에 누워있는 곰돌이 카레라이스를 만들었다. 밥으로 곰을 빚는 손놀림은 다소 투박하지만 진지함이 깃들어있다. 즐거워할 자녀나 미래의 손자, 손녀를 생각하면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


이병의(59) 씨는 “어느 날 딸이 아버지 요리교실이 있다고 해보면 어떠냐고 해서 한번 도전해 봤습니다. 저녁에 이렇게 나와 요리도 만들고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하니 참 좋습니다”라며 즐겁게 말했다. 

 단순히 학원에서 요리를 배우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매번 서로 만든 음식을 직접 맛보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배운 요리를 선보인다. 요리를 배우는 아버지들의 열의도 높아 조병숙 원장에게 재료 고르는 법과 구입법 등을 먼저 물어오고 아내와 자녀들에게 자신의 요리를 선보인 일들을 전하는 등 매번 수업 때마다 열의열정이 넘친다.

조 원장은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요. 처음에는 앞치마를 드리니까 어색해하던 분들도 이제는 요리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직접 만든 요리로 가정이 화목해졌다고 하세요”라며 뿌듯한 심정을 전했다. 화목한 가정을 꿈꾸는 아버지가 있다면 오늘부터라도 요리를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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