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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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47>
  • 한지윤
  • 승인 2015.06.29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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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이지?"
 "그래. 수수하게 놀자."
 "역시 넌 찰떡 친구다. 이따가 거기서 보자. 따봉!"
 "따봉!"
 찰칵 수화기 놓는 소리와 함께 신중의 얼굴에 미소가 나타났다. 이유가 있었다. 방금 호동이한테 까발린 것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거기에 신중의 말못할 사연이 숨겨져 있다. 유일하게 부모의 명령을 거역하고 있는 게 그 부분이다.
 그의 부모는 메이커 제일주의에 최고급을 편파적으로 선호했다. 일류나 고급으로 칭칭 감아야 그 사람도 같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가문의 명예를 위해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게 분명했다.
 팬티 한 장에 중학생 1분기 납부금을 주고 사는 여자의 팬티 속은 황금으로 빚어졌을지? (이건 당사자에게만 묻는 것이니 해당 여인은 즉시 목욕탕에 들어가 홀랑 벗어 살펴 본 다음 대답하기 바란다.)
 신중에게 항상 최고급품 내지는 수입품만을 애용시켰다.
 국민학교 때까지만 해도 신중은 그래도 복종했다. 한 때는 그게 자랑스러워 뽐낸 것도 수치스럽고 얼굴 화끈한 사실이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그 사고방식이 사라졌다. 어머니가 몇만원짜리 팬티를 입으셨다면 모자관계를 끊겠다고까지 생각했었는데, 호동이 같은 용기가 없어서 문제였다. 결국 교묘한 방법으로 어머니의 눈속임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교육수준이 높지 못한 어머니를 눈속임 하기는 쉬운 일이었다.
 예를 들자면.
 5만원도 넘는 나이키 가죽운동화를 사 신으라고 하면 남대문 시장으로 달려갔다. 거기서 나이타 혹은 나이카 등등 유사제품을 5000원 미만에 구입해 가지고 돌아와 진짜 나이키라고 속이는 식이었다.
 빅게임인만큼 마무리 점검이 또 필요했다.
 신중과 호동은 그러기 위해 열두 시에서 십 분 쯤 앞당겨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렇지 않아도 간밤을 온통 하얗게 밝힌 신중이다. 백구의 제전도 아닌데 눈 앞에서 오락가락 하는 흰 볼 같은 수연의 얼굴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
 서비스에서 리시브·토스·연타·퀵·강타·다시 서비스에서 볼이 이쪽 코트로 넘어오면 리시브에 이은 토스·스파이크·블로킹 등등 정신없이 오락가락 했다. 수연의 얼굴이 그렇게 변화무쌍하게 착각되어 한 잠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집에서 나올 때.
 "신중아, 어디 가니?"
 어머니가 물으셨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요."
 "누군데?"
 "호동이요."
 "너 오늘 신나는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
 "그냥요."
 신중은 적당히 얼버무리며 집에서 꼬리를 사려야 했다. 운전수시켜 자가용이라도 태워다 준다면 골치아팠기 때문이다.
 약속 장소는 원래 한적하고 운치 있는 종묘나 경복궁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정반대 되는 장소로 정해졌다. 시간이 남을 경우 소일할 거리를 재빨리 생각한 호동이 어린이대공원 후문께에 있는 제과점을 주장한 것이다.
 그거 하나만 보아도 호동의 인간적인 사고방식이 얼마나 건전한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꼭대기에 피도 안마른 꼬맹이들이 툭 하면 디스코 택이다 카페다 찾는 일이 왕왕 있는 실정이니깐드루.)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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