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레인저 양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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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레인저 양주만
  • 장미화(장애인종합복지관·주민기자)
  • 승인 2015.08.07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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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만(지적장애, 다운증후군·41)씨는 홍성군장애인복지관에 16년째 아침마다 출근을 한다.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을 한다. 다운증후군 친구들의 경우 자신만의 정해진 규칙 안에서 반복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한다. 오랜 시간의 훈련과 교육으로 자신만의 규칙과 생활패턴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양주만 씨는 복지관이 개관한 1999년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복지관에 출근하면서 아침 9시, 오후 4시에 쓰레기통 비우기와 분리수거를 담당하고 있다. 가끔 신입직원이나 자원봉사자가 자신의 일을 대신하면 화를 내기도 한다.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이 하거나 정해진 시간과 다르게 일이 일어나면 많이 불안해서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하기도 한다. 5년 전에는 사람을 잘 못 알아보고 사물구별을 못해서 진찰을 해보니 백내장 판정을 받았다. 장애가 있어 큰 병원에 가서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술비 마련이 힘들었다. 다행히 평소 주만 씨의 선행을 잘 아는 홍성군장애인후원회와 복지관 직원들의 지원으로 무사히 수술을 받고 다시 시력을 회복했다.

2012년에는 제7회 충남 사회복지 자원봉사 전진대회에서 충남사회복지협의회장상도 수상했고 2013년 12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이 달의 우수자원봉사상’을 수상했다. 주만 씨는 자신의 용돈을 돼지저금통에 모아 연말에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년 동안 기부도 하고 있다,

나는 매일 아침 8시면 출근한다. 다른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을 하다 보니 오해도 받는다. 그런데 내가 일찍 출근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느 날인가 주만 씨의 어머니께서 전화를 해서 “주만이가 너무 일찍 출근을 해서 죄송하다”고 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주만이에게 아침식사를 하고 천천히 출근하라고 오랫동안 타이르고 혼도 내봤지만 아침이 밝아오면 6시, 7시 시간에 상관없이 눈 뜨자마자 장애인복지관에 간다고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 나는 되도록 일찍 출근하려 늘 노력한다. 시계를 볼 줄 모르는 주만 씨가 내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올 때까지 밖에서 서 있을까봐 걱정돼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요즘같이 뜨거운 때는 더 일찍 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만 씨는 홍성읍 내법리에 거주하고 있다. 그 동네에서는 주만 씨가 홍성의 파워레인저로 통한다. 파워레인저를 좋아해 파워레인저 만화, 캐릭터, 파워레인저 이름쓰기, 파워레인저 그리기 등 매일의 일상이 파워레인저와 함께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우주와 교신도 하고 파워레인저가 되어 레이저도 발사한다. 그럴 때 처음 보는 사람들은 놀란다. 그럼 주만 씨도 놀란다! 그럴 때는 모른척하고 지나가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본인의 업무에 충실한다. 요즘 주만 씨는 급격한 노화로 이가 빠져 씹고 삼키는 것이 쉽지 않다. 몇 달 전에는 통닭을 먹다 씹지를 못해서 기도로 닭고기가 넘어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천안의 대학병원에 가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응급조치 후 생명을 건졌지만 그 후로 자장면이나 부드러운 음식만 먹으려 한단다.

우리 주만 씨를 보면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가끔 엉뚱한 행동을 하더라도 ‘본인만의 세상을 만나고 있구나’하고 놀라거나 당황해 하지 말길 바란다. 우리 주만 씨가 건강하게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지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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