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 생활하는 나방 애벌레의 집짓기 행동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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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 생활하는 나방 애벌레의 집짓기 행동 특성
  • 박승규 전문기자
  • 승인 2017.09.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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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 박승규의 곤충 이야기<8>
1.잘라낸 잎에 실을 내어 배마디에 붙인 후 이빨로 잎의 가장자리를 물고 당긴다. 2.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나방에벌레 입 모양. 3.애벌레 집을 붙이는 모습. 4.연물명나방 애벌레가 실을 내어 붙이는 모습.

노란 어리연, 수련 등 낮은 물 위에 잎을 길에 늘어뜨리고 서식하는 연과 식물을 관찰해 보면 손톱의 반 정도 크기로 잘라진 잎 조각을 볼 수 있다. 이 잎 조각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면과 뒷면이 단단히 붙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물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작은 나방의 애벌레인 연물명나방(Nymphula interruptalis (Pryer) 애벌레의 물 속 생활 모습이다. 연물명나방은 따뜻한 봄날이 되면 연과 식물의 잎 뒷면에 알을 소복하게 낳는데 이 알들이 애벌레가 되면 잎의 앞면으로 흩어져서 자라기 시작한다.

이들 작은 애벌레가 잎을 자신의 크기에 알맞게 집을 짓기 위해 잎을 잘라내어 물속으로 가지고 들어간다. 다시 똑 같은 넓이로 양쪽 가장자리를 잘라 내어 붙이고 앞면과 뒷면은 이동과 분비물 처리용으로 남겨 둔 채 먹이 활동을 하면서 자라는 모습은 정말 신비 그 자체이다.

연물명나방의 이빨은 톱날이 교차한 모양으로 잎을 자를 때는 핑킹가위와 같은 원리로 잎을 잘랐다. 연물명나방 애벌레가 자신의 몸 길이에 알맞은 잎을 잘라 낼 때는 배에 있는 흡착판을 잎에 압착시킨다. 몸의 한 가운데를 컴퍼스의 중심점으로 삼듯 움직이지 않고 90도 정도를 잘라 낸 후 몸을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몸의 중앙 부위를 잎에 밀착시킨 후 다시 컴퍼스의 중심점을 삼듯 반대 방향을 잘라내고 두 장의 잎을 포갠 후 입의 한 가운데 있는 방사돌기에서 실을 내어 잎의 앙면을 붙인다.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애벌레는 자신의 몸 두께를 이용해 수생식물의 잎 밑으로 들어가면서 수면과 나란하지 않은 방향으로 힘을 작용하고, 잘라낸 잎은 부력의 영향을 최대한 적게 받는 빗면을 만들어 끌려가게 된다. 그래서 애벌레는 작은 힘으로 큰 잎을 당길 수 있는 것이다.

연물명나방 애벌레가 위에 소개한 활동을 통해서 두 장의 잎을 잘라내면 그것을 완전히 포개어놓고 입에 있는 방사돌기에서 실을 끊임없이 뱉어내어 고정시키면서 집을 만든다. 방사돌기에서 실을 만들어 낸 후 실을 잣는 방법은 한쪽 잎에 점액을 내어놓은 다음 3~6번 정도 찍어서 반대쪽 잎으로 부챗살 같은 모양으로 붙인 후 반대편 잎에 또 다시 점액을 분사하고 같은 방법으로 실을 잣는다.

잎이 완전히 붙을 때까지 잎과 잎 사이 간격을 좁혀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애벌레 집 속에서 실잣기 작업을 하는 애벌레는 몸을 ㄱ자로 꺾은 상태에서 머리를 아래위로 180° 회전시키며 실잣기 작업을 한다. 잎의 1/4 지점되는 곳까지 실을 붙이고 나면 180° 몸을 돌려 방향을 바꾼 후 머리 쪽에서 먼 곳에서부터 실을 내어 다시 잎 붙이기 작업을 반복한다. 방사돌기에서 실을 내어 머리를 180° 돌려가며 아래 잎과 위의 잎을 붙인다.

이때 1차적인 힘은 대각선 방향으로 실을 이어 붙일 때 순간적으로 실이 늘어나는 힘에 의해 잎이 조금씩 딸려오게 된다. 2차적인 힘은 먼저 붙여 놓은 실과 나중에 붙여 놓은 실이 서로 엉키면서 간격이 좁혀지는데 잎이 완전히 접착될 때까지 여러 번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데 정말 신비할 따름이다. 이렇게 끊임없는 실잣기 행동을 통해 한쪽 면 붙이기가 완성되면 반대편도 같은 방법으로 붙인다. 집 속의 애벌레는 결국 2번 회전 운동을 한다. 이때 머리 쪽과 꼬리 쪽은 실을 내어 막지 않고 뚫어진 상태로 두는데 그 이유가 배설물을 내 보내거나, 머리를 내밀고 먹이 활동을 하기 위해서이다.

연물명나방 애벌레는 특정한 모양을 선택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잎을 사용해 집을 짓는다. 연물명나방 애벌레가 같은 조건에서 집짓기 재료로 선호하는 수생식물은 두께가 얇고 가벼운 순채 잎을 가장 많이 잘라내어 집을 짓는다. 육상식물 중 두께가 얇고 가벼우며 물에 잘 뜨는 무궁화 잎도 집짓기 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실험과정에서 무궁화 잎이 주어져 집을 지은 것으로 평소에 무궁화 잎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연물명나방 애벌레는 식물의 잎이 아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재료인 드레싱페이퍼를 잘라내어 집을 짓기도 한다. 종이와 같이 물에 잘 뜨는 성질이 있는 재료는 두 장을 겹쳐서 집을 짓는다.

커야 5mm의 길이에 두께 3mm에 지나지 않는 물 속 곤충이 생존하기 위해 이런 과학적인 활동을 통해 집을 짓고 대를 이어 생활한다는 사실은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진정 알 수 없는 모습이니 관심 있는 부모님과 학생들이 함께 한 번쯤은 이런 과학적인 관찰 활동을 해 보시면 어떨까?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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