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빛을 내는 반딧불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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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빛을 내는 반딧불이의 사랑
  • 박승규 전문기자
  • 승인 2018.03.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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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 박승규의 곤충 이야기<18>
①②빛을 내는 반딧불이의 모습.

지난달 4일 오후 텔레비전 한 퀴즈 프로그램에서 최종 도전자에게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고사성어에서 어떤 빛을 이용해 공부를 했는지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형(螢)은 형화(螢火) 즉 개똥벌레의 꼬리불빛과 눈(雪)빛으로 학업에 정진해 입신양명한 결과에 비유한 말로 중국 진(晉)나라 고사에 손강(孫江)과 차윤(車胤)에 관한 이야기에서 비롯된 고사성어로 “차윤은 여름이 되면 낡은 명주주머니를 만들어 그 속에 반딧불이를 많이 잡아넣어 그 빛으로 책을 비추어 낮처럼 공부했고 손강은 겨울이면 눈빛에서 책을 읽어 훌륭한 인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개똥 불로 대적한다는 말은 상대가 어떤 수준의 사람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目), 반딧불이과(科)의 곤충으로 완전탈바꿈 하는 딱정벌레로 성충이 알을 낳아 알 - 애벌레 - 번데기 등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모든 과정에서 빛을 내는 특이한 곤충이다. 성충(어른벌레)의 몸길이는 12∼18㎜ 정도의 검은 빛깔을 하고 있으며 앞가슴등판은 귤빛이 도는 붉은색이고, 보통의 딱정벌레목 곤충과 같이 몸은 거칠고 딱딱한 외골격으로 덮여 있으나 이 곤충은 특이하게 배마디 아래 끝에 연한 노란색 빛을 내는 발광기가 있다.

③반딧불이 발광체. ④늦반딧불이 애벌레.

반딧불이를 ‘개똥벌레’ ‘반디’ ‘반딧벌레’ ‘반딧불’이라 부르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반딧불이는 최근 조사에 의하면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파파라반딧불이 등 4종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기관의 위치는 아랫배 마지막 끝부분의 두세째 마디에 다른 곤충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빛을 내는 발광기관이 있으며 이 부분에서 밝은 빛을 내는 물질인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단백질이 산소(O2)와 결합해 산화루시페린(oxyluciferin)이 되면서 빛을 내게 된다. 이때 반드시 루시페라제(luciferase)라는 효소와 마그네슘이온(magnesium ions)과 에이티피(ATP)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빛을 내는 마지막 마디인 발광 마디에는 산소 공급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기관(air tube)이 잘 발달돼 있다. 반딧불이의 빛은 에너지 전환효율이 아주 높아서 90%가 가시광선으로 바뀌어 열이 거의 없는 차가운 빛(冷光, cold light)이다. 반딧불이의 차가운 빛에는 자외선이나 적외선이 없으며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빛이며  파장이 510~670 나노미터(nm, nanometer)라 옅은 노랑 또는 황록색에 가깝다. 그래서 반딧불이를 잡아 빛을 내는 부분을 만져 보면 차가운 냉기가 느껴지는 원인이 바로 이런 과학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참으로 신비로울 뿐이다.

⑤늦반딧불이. ⑥운문산반딧불이. ⑦애반딧불이.

반딧불이는 짝을 찾아 날아다니며 깜박거리며 빛은 내는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하루 종일 빛을 내려면 아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빛을 내는 활동은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생활한다. 빛이 많은 낮 동안에는 나뭇잎, 풀잎, 돌 밑 부분에 몸을 숨기고 쉬면서 에너지를 아낀다. 밝은 낮에는 빛을 내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반딧불이도 알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면 반딧불이의 반짝이는 빛은 언제 사용할까? 그것은 신비하게도 암컷과 수컷이 짝을 찾으려고 불빛을 적극적으로 주고받으며 사랑놀이를 할 때 가장 빈번하게 빛을 반짝인다. 이렇게 반딧불이가 짝짓기를 시도할 때 깜박이는 속도는 암, 수 모두 1분에 120회에 이른다고 하니 사랑을 위해 빛을 발산하는 반딧불이의 사랑놀이는 진정 신비는 아닐까? 

박승규 전문기자<내포곤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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