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없어 굶고 있는 두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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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 없어 굶고 있는 두 남매
  • 이철이 청로회 대표
  • 승인 2018.04.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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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65>

밤 9시 경에 핸드폰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나는 아무 생각없이 전화를 받았다.
“혹시 이철이 씨 전화 맞나요?”
“예, 제가 이철이입니다.”
“여기는 안동인데요….”
무슨 연유로 먼 안동에서까지 나에게 전화를 하는걸까?

“홍성군 A아파트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요. 그런데 지금 쌀이 없어서 굶고 있어요.”
나는 여성의 뜬금없는 소리에 어안이 벙벙했다.
“아주머니는 누구신데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전화하는 여성의 정체를 물었다. 여성은 아이들의 어머니라고 했다.
“그러면 아주머니가 아이들을 보살피면 되잖아요.”
나는 참으로 이상한 아주머니라고 생각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런데 전화로 절박한 사연을 듣고 나서 퉁명스럽게 대했던 내가 미안했다.

“저는 지금 아이 아빠와 이혼하고 별거 중입니다. 애들 아빠는 제가 아이들을 직접 키우지 못하게 합니다”라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더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아주머니는 재혼해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고 아이들 아버지는 신용불량자여서 연락도 되지 않고 떠돌아다닌다고 했다. 아이들 남매는 아주머니가 보내주는 돈으로 근근하게 생활하는 중이었다.
나는 아주머니가 말해준 주소로 아이들을 찾아갔다. 현관문을 노크했더니 여고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문을 열었다. 뒤에는 남학생 한 명이 서 있었다.

“영희(가명)야!”
나는 깜짝 놀랐다. 영희는 2년 전에 여중생일 때부터 아는 아이였다. 영희는 성격이 활달하고 귀여움을 많이 받던 여학생이었다.
“영희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영희는 고개만 숙인 채 말을 못했다.
“저녁은 먹었니?”
“쌀이 없어서 못 먹었어요.”
영희가 모기소리 만하게 힘없이 대답했다. 나는 남매의 모습이 안타깝고 안쓰러워서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나는 남매를 데리고 읍내로 나와 삼겹살을 시켜서 저녁을 사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마트에 들려 쌀 한 포대와 라면 2상자를 샀다. 돌아오면서 용돈 5만 원을 쥐어주고 내일 만날 것을 약속했다.

나는 밤늦게 쉼터로 돌아와서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우리 주변에 이처럼 상처받고 어렵게 사는 아이들이 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그 뒤로 영희 남매를 수시로 찾아다니며 작은 도움을 주었다. 참으로 대견스러운 것은 영희가 성실하고 공부도 잘했다. 대학에 입학해 졸업 후에는 홍성에서 미술학원 교사로 근무하다가 결혼했다. 동생은 대구에 있는 생모한테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 남매가 꿋꿋하게 자라고 어른이 되어서도 훌륭한 사회인이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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