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우울한데 치료받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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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우울한데 치료받아야 하나요?
  • 남동현 칼럼위원
  • 승인 2018.10.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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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우울한 것 같아요, 제가 우울증인 것만 같아요”라는 이야기는 가족이나 주변 친한 친구들에게조차 발설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울증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인식이 그다지 좋지 못한 편이었다. 자신이 몹시 우울하며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점이 자신이 ‘정신력이 몹시 나약한 사람’처럼 비춰질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우울증 또한 일종의 ‘정신질환’이기에 남들에게 모종의 비정상적이고 비사회적인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팽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들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데 성숙해가는 사회 문화적인 분위기가 그 뒷받침이 되고 있다. 요즘엔 사회 유명인사들, 연예인들이 자신이 우울증으로 고생을 했다거나 또는 치료 끝에 그 늪에서 빠져나오게 됐다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매스컴 앞에서 표현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익숙한 표어 또한 우리 사회의 보건 당국이 앞장서 진행하고 있는 인식 개선 캠페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우울증’이라는 질환이 폭넓게 알려지고 사회적 인식 또한 개선되면서 그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이나 상담센터에 방문하는 환자 수도 매해 급증하고 있다.

우울증은 단순 혈액검사나 영상검사로는 진단이 불가한 뇌 호르몬 계통의 질환이다.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뇌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임상적인 면담과 정신상태 검사, 객관적·주관적 검사 도구 등을 활용해서 진단하게 된다. 우울증의 개념과 폭은 사실 연속적이고 폭넓은 편이어서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부터가 비정상인지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고 옳지 못한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지속되는 우울감으로 인해 당사자의 가정생활과 사회생활, 직업생활에 얼마나 장애가 뒤따르는지에 따라 그 경중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우울증 중에서도 그 정도가 심한 우울증을 ‘주요우울장애’라고 명명하며 몇 가지 임상적인 진단 기준이 있다.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감, 매사 흥미의 저하, 체중이나 식욕의 변화, 수면 양상의 변화, 지체감 혹은 초조불안감, 피로, 집중력의 저하, 우유부단함, 자아상의 변화, 자살사고 등등으로 정의되는데 숙련된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면담을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주요우울장애’ 진단기준에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환자의 감정수준, 개인적 상황, 사고과정, 사고내용 등에 대한 탐색을 통해 우울증을 진단하기도 한다.

우울증이 있음에도 그 수준이 경한 편이라면 규칙적 운동이나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사회 교류 유지, 취미 생활 등 개인의 노력을 통해 우울증이 개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울감이 도저히 개선이 되지 않는다거나 또는 개인적 노력을 하고자 하는 의욕조차 없을 정도로 그 정도가 심하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우울증의 치료는 정신치료(상담치료),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의 종류가 있으며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치료가 진행된다.

자신이 지금 우울하고 힘들며 그 어떤 노력에도 개선이 잘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단지 병이 들었을 뿐이며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음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일 것이다.

남동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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