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그들은 가소롭다는 듯 물끄러미 왕순의 하는 짓을 쳐다 볼뿐 대항할 생각조차 않았다.
"야! 맛 좀 봐라"
왕순은 힘껏 소리를 지르며 가운데 서있는 땅딸한 녀석의 배를 향해 주먹을 쥐고 돌진했다. 그러나 녀석이 잽싸게 몸을 피하는 바람에 왕순은 제풀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야! 정정당당하게 대결하자. 왜 피하냐?"
아직도 사태의 심각함을 깨닫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일어서던 왕순에게 피했던 녀석이 주먹을 날렸다. 턱이 빠지는 듯한 통증과 함께 왕순은 다시 벌렁 자빠졌다.
"우리, 말로 하자."
주춤주춤 일어서며 잔뜩 겁먹은 얼굴로 왕순이 말했다.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어."
그때까지 빈정거리던 녀석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불량배들은 돌아가며 한 대씩 주먹을 날렸다. 아랫배를 공격당해 고꾸라진 왕순의 등위로 발길질이 가해졌다.
"그만두지 못해!"
그때 갑자기 공터 아래쪽에서 그림자가 하나 나타났다. 그림자는 재빨리 달려오더니 린치를 가하고 있던 한 녀석을 향해 몸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발길질에 녀석이 쓰러지자 다른 두 놈이 왕순을 그대로 둔 채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주먹질과 발길질에 두 놈도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불량배들에게 발길질을 가하는 모습은 언뜻 보아도 매우 날렵한 몸짓이었다. 직감적으로 상대가 적수가 안 된다는 것을 알아챈 불량배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형. 괜찮아?"
주저앉은 채 홀린 듯 쳐다보고 있는 왕순에게 다가선 그림자가 말했다. 현우였다.
"짜식들아! 이리 오지 못해?"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듯 소리를 치던 왕순이 옆구리가 결리는 듯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졌다.
"옷이나 입고 설치지 그래."
현우가 웃으며 옷을 주워 건네주자 왕순이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다가 뒤늦게 생각난 듯 저만치 경우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왕순의 눈길을 따라가던 현우의 눈이 경우와 마주쳤다.
"괜찮냐?"
현우가 다가서 경우를 일으켜 세우며 몸을 털어주었다.
"죽을 정도는 아냐."
통증이 오는지 입술을 깨물며 경우가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달빛에 들어난 입술 위에 핏자국이 말라붙고 눈이 부어올라 있었다.
"입술이 좀 상했구나. 내일 아침이면 더 붓겠는데."
현우가 핏자국을 닦아주며 걱정스러운 듯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경우는 그런 형이 낯설게 느껴지는 한편 멋지게 보였다. 두 사람이나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대를 단번에 해치우는 형이 유별나 보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할 것이다.
"난 형이 부러워. 나도 형처럼 강할 수 있었으면."
현우가 건네준 휴지를 콧속에 쑤셔 넣으며 경우가 말했다.
"이쪽엔 웬일이냐? 나 만나러 온 거냐?"
현우가 멀리 깨알 같은 불빛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희미하게 드러나는 옆얼굴의 윤곽이 솜씨 좋은 조각가의 작품처럼 아름답다고 경우는 생각했다.
"그래. 집에서 걱정하고 계셔."
약간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발밑의 돌을 툭 차며 경우가 대답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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