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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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24 >
  • 한지윤
  • 승인 2013.10.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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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가스통을 내려놓는 것과 동시에 아가씨 쪽으로 발을 옮기려던 왕순이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에 소스라칠 듯 놀라 밑을 보았다. 가스통에 깔려 간장독이 사정없이 바스러져 가루가 되어 있었다. 간장독에서 쏟아진 간장 냄새가 사방에 진동했다.
"무슨 소리야!"
놀란 아주머니가 부엌에서 험상궂은 표정으로 뛰쳐나왔다. 울상이 된 왕순은 안절부절하며 건너편 창을 올려 다 보았다. 깔깔대던 아가씨는 혀를 쏙 내밀어 보이고는 창문을 닫아버렸다.

점심시간. 현우의 몇 칸 앞자리에 서너 명이 모여 있었다. 무스라도 발랐는지 바짝 치켜 올려 깎은 머리가 번쩍이는 덩치 좋은 아이가 앉은 곁으로 껄렁껄렁해 보이는 두 아이가 책상에 걸터앉아 현우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수군대고 있었다.
"버릇없는 놈 같은데 한번 손 좀 봐야겠어."
"짜식, 뜨거운 맛 좀 보여주자구."
그 때 밖에 나갔던 현우가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저기 온다."
아무것도 모르고 자리로 가기 위해 무심결에 앞을 지나가는 현우의 발을 한 녀석이 걸었다. 현우의 몸이 휘청했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은 현우의 매서운 눈길이 킬킬대는 아이들을 쏘아보았다.
"조심해, 임마. 잘 보고 다니란 말야."
책상 위에 걸터앉은 아이가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말했다. 현우의 양미간이 찌푸려졌다.
"너도 어디서 껍쩍거리다 온 놈 같은데, 여기선 어림없어. 건방 떨지 말란 말야."
자리에 앉은 덩치 좋은 아이가 느린 말투로 현우를 비껴보며 말했다.
"지금 시비 거는 거냐?"
차가운 음성으로 현우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래?"
책상 위에 걸터앉은 아이는 예상 밖의 기세에 놀랐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다시 말했다.
"계속 해보시지. 그럼 알게 될 거야."
현우가 덩치 좋은 아이의 눈을 쏘아보며 내뱉었다.
"제법 세게 나오는데."
덩치 좋은 아이가 차갑게 웃으며 한 주먹으로 책상을 툭툭 치기 시작했다.
"너희들 이게 무슨 짓이니?"
갑자기 현우의 뒤에서 날카로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렸다. 새침한 표정의 미라가 팔짱을 끼고 세 아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왜 시비야?"
덩치 좋은 아이가 뜻밖이라는 듯이 여자애에게 느물거리는 웃음을 던졌다.
"넌 뭐야? 얘 보호자라도 되냐?"
"어쨌든 괜한 사람 괴롭히지 말란 말야."
여자애가 덩치 좋은 아이를 쏘아보며 다시 말했다.
현우는 말없이 뒤돌아 가로막고 있는 여자애를 지나 자기 자리로 가서 앉았다.
"누구는 좋겠다."
"그러게. 여자한테 보호받는 기분도 괜찮을 거야."

빈정거리는 녀석들을 뒤로 하고 여자애가 자리로 가면서 현우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자애를 보며 현우는 오히려 별꼴이라는 듯 무표정하게 외면해버렸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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