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경마장을 군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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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경마장을 군청으로!
  • 강국주 <녹색당·칼럼위원>
  • 승인 2015.04.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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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보도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지만 홍성군에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홍성군 축산과에서 마련한 <홍성군 마권 장외발매소 유치, 의원 간담회 자료>(3월 10일 개최, 이하 ‘간담회 자료’)를 보면 홍성군에서 화상경마장 유치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화상경마장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도박장이다. 마사회와 홍성군에서는 화상경마장이 아니라 ‘마권 장외발매소’가 맞는 말이라 우긴다고 하지만, 말(言)이란 모름지기 명실상부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들어 따진다면 ‘화상경마장’도 틀렸고 ‘마권 장외발매소’도 틀렸다. 명실상부의 원칙으로 볼진대 더도 덜도 아닌 ‘스크린(화상) 경마 도박장’이 딱 맞다. 이 점은 앞서 언급한 홍성군 의원 간담회 자료에도 적시돼 있다. ‘사행성 조장 및 지역주민 도박에 따른 지역자본 역외 유출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마 도박장(좀더 중립적으로는 화상경마장)이 아니라 마권 장외발매소라고 우기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좀 솔직해지자. 마권 장외발매소로 부른다고 해서 도박장이 건전한 문화공간이 되는 건 아니다. 도박장은 그저 도박장일 따름이다.

그럼 왜 도박장을 홍성군에서는 유치하려고 할까? 역시 홍성군 ‘간담회 자료’를 인용한다. ‘세외 수입’이 ‘증대’하고 ‘지역주민’의 ‘고용 창출’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럴 수도 있다. 도박장을 유치함으로써 세수가 증가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의 고용 창출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경마 도박장’이 성행하는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보면 지역 경제가 왜곡돼 외려 황폐화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99년 개장해 15년 동안 운영 중인 대전 월평동 화상경마장의 사례가 그렇다. 2012년의 자료만 보면 마사회가 대전시에 낸 세금이 178억인데 같은 해 이곳에서 시민들이 탕진한 돈이 675억 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화상경마장 운영 이후 도박장 주변에는 유흥시설만 집중적으로 들어서 지역 상권을 왜곡시키고 도리어 지역 주민들을 떠나게 만들었다고 한다. 매일 2000명의 사람들이 화상경마장에 오지만 지역에서 돈을 쓰지는 않고 도박만 하다가 그냥 가버린다는 것이다.

대전 월평동 화상경마장 사례를 보면, 지역에 화상경마장이 들어설 경우, 지자체의 세수 증대 효과는 있겠지만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어디 대전 월평동 사례만 그럴까? 화상경마장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이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터이다.

이런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굳이 경마 도박장을 홍성군에 유치해야 한다면, 홍성군은 그 정확한 이유를 정정당당하게 설명해야 한다. 유치 예정지로 거론되고 있는 서부면 일대 주민들에게만 은근슬쩍 동의를 구한 채, 주민 동의를 구했다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참으로 비겁한 태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화상경마장 유치를 서부면 해당 주민들만의 문제로 치부한 채 홍성군은 한 발 물러서 나 몰라라 하는 건 군정을 책임지는 이들의 직무 유기라 할 수 있다.

애초부터 서부면 주민들의 일이라면 ‘의원 간담회 자료’는 왜 홍성군에서 만들었으며 지금도 왜 군청 축산과에서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가. 게다가 화상경마장 유치로 얻는 세수 역시 홍성군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서부면에 전적으로 할당되는 게 아닐진대, 책임은 지역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과실(果實)은 군청에서 가져가겠다는 게 아닌가. 앞뒤가 영 맞질 않다.

마지막으로 화상경마장을 정말 유치하고자 한다면 군청 옆에다 했으면 한다. 홍성군의 주장대로 화상경마장이 그렇게 바람직한 일이라면, 안 그래도 공동화(空洞化)가 현실화돼 걱정을 하고 있는 홍성읍에, 그것도 군청 옆에 화상경마장을 짓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홍성군청에 오세요. 자랑스러운 ‘마권 장외발매소’(경마 도박장)도 있습니다.” 홍성군을 홍보하는 데도 이만 한 건 없지 싶다. 그게 정말 좋은 일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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