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상처뿐인 마무리
상태바
과학벨트, 상처뿐인 마무리
  • 박수현 충청남도정책특별보좌관
  • 승인 2011.05.20 1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드디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런 결정에 대해 충청권은 ‘충청권 입지’라는 당초의 대통령 공약이 대체로 지켜진 것으로 받아들이며 환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리는 지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대전과 세종시가 단순한 행정적 구분일 뿐 사실상은 별 차이가 없다는 논리가 올바른 것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마치 그런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애초부터 과학벨트와 세종시는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국토균형발전의 핵심이고 상징인 세종시가 당초 계획대로 인구 50만 명의 세계적 명품도시로 정상 건설되기 위해서는 중앙행정부처의 이전과 자족기능의 담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세종시 자족기능의 부족을 내세우며 수정안을 주장했던 대통령도 결국은 자족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으로 과학벨트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과학벨트는 세종시의 정상건설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충청권 입지’라는 요구 앞에는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이라는 암묵적 합의의 표현이 있었던 것이다. 대전시장이나 충북지사가 자기 지역의 이해관계를 떠나 충남지사와 함께 세종시를 과학벨트의 최적지로 공동 건의한 것은 바로 세종시의 정상건설에 과학벨트가 꼭 필요한 조건이라는 대승적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학벨트 거점지구는 세종시가 아닌 다른 어느 지역이라도 설득력이 없으며 더구나 과학벨트특별법 제9조에 못박아놓은 5개항의 입지조건을 토대로 따져볼 때 세종시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최적지임을 정부 스스로가 발표한 바도 있다. 그런데 당연한 세종시 입지를 수정안을 부결시킨데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항간의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뒤집어 놓고 나서 적반하장 격으로 충청권 입지 공약을 지켰다고 한다거나 세종시를 기능지구로 지정했으니 됐지 않느냐는 식의 논리를 펴는 것은 한마디로 충청인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또 우리도 그러한 ‘착시현상’에 스스로 속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춤판에 함께 놀아나서는 안 된다.

어느 세월에 세종시를 정상건설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충청을 상생 발전시킬 것인가? 이제 세종시는 그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이다. 대전이 거점지구로 선정된 것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더 큰 대의를 위해 국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 버린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세종시의 기능지구 지정도 현재로서는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이다. 집도 절도 없는 허허벌판에 달랑 문패하나 달아놓은 격이다.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세종시 입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국가의 미래가 있고 지방의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명분이 있고 충분한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후손에게서 빌려 쓰고 있는 국가의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지혜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쨌든 결론은 났다.

세종시는 이제부터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과학벨트를 가지고 충청이 분열하지 말아야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충청권 3개 시·도지사는 더욱 굳건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과학벨트는 과학벨트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고 그를 바탕으로 세종시의 정상건설이라는 더 큰 대의를 위해 감동적인 공조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에 대한 짤막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세종시 정상건설을 위한 3개시·도 공동의 특별대책기구’ 구성을 제안한 것을 보면서 세종시의 불안한 장래를 걱정하는 그의 착잡한 심정이 읽혀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