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생햄 ‘벨라몽’ 13년간 이어진 ‘악몽’
상태바
홍성생햄 ‘벨라몽’ 13년간 이어진 ‘악몽’
  • 김영정 기자
  • 승인 2025.07.10 06:45
  • 호수 899호 (2025년 07월 10일)
  • 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햄’ 사업에 국비 55억 투입, 온도·습도 관리 실패로 생산 중단
보조금 조건에 묶여 10년 넘게 지속… “제도 탓인가 행정 책임인가”
홍성생햄 ‘벨라몽’.

[홍주일보 홍성=김영정 기자] 전국 최대의 축산 규모를 자랑하는 충남 홍성군이 지난 2012년 야심차게 추진한 홍성생햄 ‘벨라몽’ 사업이 13년이 넘도록 위탁 운영 형태로 명맥을 이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홍성에서 키운 돼지의 앞다리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약 2년간 발효·건조해 만드는 생햄 브랜드 ‘벨라몽’은 홍성군이 지역 특화 자원인 양돈 산업을 활용해 육가공 산업을 육성하고자 추진한 ‘홍성햄 연구생산공장’ 사업의 핵심이었다. 

당시 홍성군은 광천 옹암리의 천연 토굴 환경을 이용해 고부가가치 생햄 생산을 실현한다는 계획 아래,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비 55억 원을 포함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설을 조성했다.

하지만 토굴 내부의 습도와 온도(약 16℃)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발효·건조 과정에서 햄이 부패하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기술적, 환경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제품 생산의 안정성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업은 초반부터 실패 조짐을 보였다. 이후 냉장시설을 추가로 확보하며 품질 개선을 시도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설은 2011년부터 민간 업체에 위탁 운영되며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위탁 기간 동안에도 건물의 노후화, 운영상 비효율성, 수입·지출 평가의 미흡 등 문제는 계속됐고, 매년 2000만 원 이상의 보수비가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붕 누수, 부식 등 구조적 문제는 방치됐다.

이처럼 사업성이 미비한 상황에서 장기간 운영이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된 공공시설의 경우 최소 10년 이상 유지·운영해야 한다는 제도적 조건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예산의 목적 외 전용을 막고, 조성된 시설의 성급한 처분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사업 실패에도 불구하고 형식적 운영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해당 사실은 지난달 18일 홍성군의회가 실시한 농업기술센터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장재석 홍성군의회 의원은 “해당 사업은 이미 기술적 실패를 겪었음에도 관리가 부실했고, 현재 건물은 활용 계획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어 그는 “홍성군은 해당 부지와 건물에 대한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지역특산품의 브랜드화와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 신제품 개발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실패한 사업이라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행정적 책임과 투명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초 위탁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해당 업체는 철수한 상태이며, 현재 공장 건물과 부지는 활용되지 않은 채 공실 상태로 남아 있다.

이번 홍성햄 연구생산공장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화산업을 기획하고 추진할 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사전 분석과 체계적 실행 전략, 사후 관리 체계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