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먹었는데 저녁에 또 생각나는 맛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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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먹었는데 저녁에 또 생각나는 맛이라니!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5.07.10 07:50
  • 호수 899호 (2025년 07월 10일)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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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신문이 추천하는 맛집] 〈23〉 삽교읍 ‘삽교소머리국밥’
“정말 맛있다!”하고 소리 지르며 알리고 싶은 맛이다.

[홍주일보 예산=이정은 기자] 강한 햇볕 아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고요한 오후의 정적 속에서도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은 볕에 익은 풀냄새를 전달한다. 논둑을 따라 멀리 보이는 들판은 초록으로 가득했고, 이따금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다. 그것은 단조롭지만 묘하게 깊고, 끝없이 반복되는 여름의 노래였다. 

조용한 거리 한복판에 자리한 ‘삽교소머리국밥(대표 강영규)’은 마치 오래된 나무 그루터기처럼 햇살 속에 반쯤 잠겨있었다. 여름의 태양은 모든 것을 짙게 물들였고, 순간순간 유리창에 흐릿한 풍경을 덧칠했다.

벽시계는 오후 2시를 보여준다. 유일한 손님은 공허를 가르고 벙싯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소머리국밥을 주문한다.

“말아드려요? 아니면 따로 드려요?”
“말아주세요.”

앞뒤로 비스듬히 시원한 바람이 오가고, 얼마 안 돼 국밥과 김치 두 가지, 간소한 차림이 나온다. 숟갈로 침잠한 건더기를 휘저으니 윤기 나는 고기가 가득이다. 국물을 먼저 맛본다. 평생 먹어 본 국밥 중 세 손가락 안에 들겠다고, 곰곰 어림잡는다. 첫술은 간혹 배신하기도 하니, 두 번 세 번 국물만을 천천히 음미한다. 다 먹고 나면 위아래 입술이 쩍-하고 달라붙을 듯한, 찐득한 진국이다. 엄청난 공이 들어갔을 게 분명한 맛이다.

단출한 상차림은 주인의 자신감이 아닐는지, 생각이 뻗어나간다. 탐색은 이만하면 됐다. 이제 골고루, 모조리 먹어야겠다. 쫄깃하고 고소한 비곗살과 부드러운 살코기, 전분기 빠진 밥알, 거기에 싱싱한 대파는 풋풋한 단맛을 더해 작은 조화를 이룬다. 마치 누군가에게 “걸신들린 듯 먹어주세요”라고 지령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뚝배기를 비워냈다. 배가 찢어질 것만 같다.

 

삶의 온기가 배인 소머리국밥 한 그릇은 단순한 끼니를 넘어

여름의 열기에 맞서는 따듯한 온기로 인간의 마음 깊은 곳을 어루만지며

하루의 무게를 조용히 덜어낸다.


지역민들이 흔히 ‘시장통’이라고 부르는 곳에 자리한 ‘삽교소머리국밥’은 11년째 사랑받고 있는 삽교의 대표 국밥집이다. 아산시 배방 인근에서 10여 년간 돼지국밥집을 운영했던 강영규 대표는 삽교에서 나고 자란 이곳 토박이로, 3년 전 친삼촌이 경영하던 ‘삽교소머리국밥’을 이어받았다.

“저는 원래 돼지국밥집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삼촌께서 곱창집을 하신다며 제게 가게를 맡아 볼 생각이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돼지에서 소로 갈아탄 거예요. 삼촌한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배웠죠. 소는 돼지랑 아예 다르거든요. 소가 더 힘들어요.”

강 대표는 아침 일곱 시 반이면 주방에 나와 하루 장사를 준비한다. 소머리를 토치로 그을려 털을 제거하는 다듬기 작업부터, 껍데기·특수부위·우설·살코기·양 등을 부위별로 삶아낸 뒤 양념에 버무리는 밑간 작업까지, 그는 손님을 맞이하는 오전 11시가 돼서야 숨을 돌린다. 
 

단출한 차림과는 반대로 풍성한 맛을 보장한다.

강영규 대표에게 음식 장사에 있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물었다.

“돼지국밥집부터 소머리국밥집까지 지금껏 13년 정도 음식 장사를 해오면서 느끼기엔, 아무래도 위생과 친절이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소머리가 손질이 제대로 안 되면 냄새가 많이 나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을 특히 신경 써서 꼼꼼히, 깨끗하게 다듬고 있어요. 그리고 손질 못지않게 삶기 정도도 중요해요. 또 육수! 육수가 흐리면 맛이 없어요.”

삽교소머리국밥은 한우 사골과 잡뼈를 최소 48시간 이상 푹 고아 내, 깊고 진한 맛을 끌어올린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넣어 이 또한 우러나오게끔, 준비 단계에서 미리 끓여낸다. 메뉴판에는 개인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소머리국밥과 하얀국밥 등으로 분류돼 있지만, 삽교소머리의국밥의 인기 메뉴는 단연 소머리국밥(빨간국밥)이다. 

“저희는 비싼 소금을 써요. 보통 소금보다 2배 정도 비싸요. 삼촌이 소금은 비싸고 좋은 거 쓰라고 하셨거든요.”

강 대표는 소금은 물론이고 식당에서 사용하는 모든 재료를 국내산으로 고집하고 있다. 소머리는 서울 마장동에서 내려오고, 각종 채소류는 지역 내 마트에서 직접 장을 보고 있다.

“일이 고돼도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실 때, 다른 집 국밥이랑 다르다면서 놀라실 때 정말 보람을 느껴요. 종종 가맹점 할 생각 없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비법 좀 알려달라는 분들도 계세요.”

평소 꼬리곰탕과 도가니탕을 직접 끓여 먹는다는 강 대표는 가족과 지인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오는 겨울쯤 두 메뉴를 새롭게 선보일지 고민 중이다.

복잡다단한 삶의 언저리에서, 국밥 한 그릇은 소리 없이 고단한 마음을 데우며 인간을 다독인다. 국밥이란 음식엔 분명 그런 힘이 있다. 사람은 결국, 이러한 따뜻함으로 다시 살아가는 것이다.
 

◆삽교소머리국밥 메뉴
△소머리국밥/하얀국밥/밥따로국밥 12,000원 (특) 16,000원 △고기국밥 13,000원 △국수 9,000원 △소머리수육 中 25,000원 大 35,000원 △사골육수(1.5L) 10,000원


  • 주소: 충남 예산군 삽교읍 두리3길 50-4
  •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전화번호: 041-338-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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