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농특, 더 이상 농촌 지킬 이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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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농특, 더 이상 농촌 지킬 이유 없어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1.06.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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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입학처장 홍성 방문, 입시요강 철회 의사 없어
△ 군회의실에 모인 홍성군 학부모들의 진지한 모습



△ 연세대 김동노 입학처장



연세대 김동노 입학처장의 홍성군 방문은 결국 ‘농어촌특별전형에 읍·면 지역 소재 특목고를 포함시키겠다’는 연세대의 입장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만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지난 17일 오전 10시 홍성군청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번 연세대 입학처장과 홍성군민과의 만남의 시간은 김석환 군수와 김원진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 80여명이 모인 가운데 2시간 30분 동안 열띤 토론 속에 진행됐다.

먼저 연세대 김동노 입학처장은 모두발언으로 2012학년도 연세대의 입시요강에 대한 설명을 했으며, 연세대의 모든 입시요강은 입학처장에게 권한이 있으며 연세대 총장을 만나도 소용없는 일임을 강조했고 이어 학부모들의 반론과 질의가 이어졌다.

이인배 홍성고 동문회장은 “특목고는 일반고에 비해 국가로부터 3.3배나 많은 지원을 받는 매우 우수한 교육적 환경을 지닌 학교로서 단지 지역적으로 농어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우리 아이들과 똑같은 혜택을 주고 같이 경쟁을 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굳이 특목고생들처럼 우수한 학생을 뽑고 싶다면 정원 외 4%에 해당하는 농어촌특별전형은 그냥 놔두고 다른 입시전형을 만들어서 뽑으면 된다”며 차라리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학생들을 선발할 것을 강조했다.

타 대학에 미칠 엄청난 파급 효과
홍성여고 학부모 안관수 씨는 “연세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빅3 대학으로서 연세대의 이 같은 입장이 다른 학교로 미칠 파장을 생각해 봤는가? 연세대의 10%를 고려대, 이대, 성균관대 등 다른 명문 사립대들이 연이어 적용한다면 농어촌 학생들의 상위권 학과의 꿈은 사실상 어렵다. 비단 연세대만의 문제라고 보지 말고 타 대학에 미칠 엄청난 파급 효과를 고려하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김 처장은 “만약 홍성여중 출신 학생이 충남외고를 진학했다. 농어촌특별전형의 지원자격을 갖춘 그 학생에게 단지 특목고생이라는 이유로 배제한다면 역차별의 요소가 있다”고 말하자 학부모들은 강하게 항의하며 “홍성군내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특목고에 진학하는 학생은 상위 0.5% 안에 해당하는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다. 그들은 이미 특목고에 진학할 때 농어촌특별전형을 스스로 포기하고 특목고를 선택한 것이므로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라며 역차별의 부당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홍성여고 학부모 이난영 씨는 “농어촌 일반계고 아이들은 거의 농어촌학생 트랙에 지원하게 되는데 비해, 특목고 아이들이 연세대에 들어갈 수 있는 전형은 일반전형 뿐만 아니라 과학인재 트랙, 글로벌리더 트랙, 언더우드학부· 아시아학부· 테크노아트학부 트랙, 창의인재 트랙, IT명품인재 트랙 등 모두 6개의 트랙에 지원할 수 있다. 고작 1개만을 가까스로 가지고 있는 농어촌 학생들의 몫을 빼앗아 가면서까지 특목고생에게 퍼주려 하는 의도를 알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자 김 처장은 “전국 수많은 지역 학부모들을 상대한다. 저마다 다들 자신의 이익만을 강요하지만 나는 그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줄 수 없으며 가장 공평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이해해달라. 이미 보도자료가 나간 이상 번복할 수 없으며 원칙을 지켜 나가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내비치자 일부 학부모들은 눈물을 닦기도 했다.

농특의 근본 취지 지켜 달라
홍성고 학부모 우덕자 씨는 “엄마들이 단지 내 새끼를 연세대에 집어넣으려고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다. 이 중에 불과 1~2명도 연세대에 들어갈 실력이 있을까 말까다. 개인의 이기주의로 보지 말라.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도 전에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없으며,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시작된 농어촌특별전형의 근본 취지 자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고 밝히며 연세대의 입장을 철회해 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다.

긴 시간 동안 학부모들은 김 처장에게 연세대의 방침이 부당하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하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으나 결국 김 처장은 끝까지 자신의 원칙을 지켜 나가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당당히 밝히고 자리를 떴다.

이 자리에서 홍성고 총동문회 이순만 사무국장은 김원진 의장에게 “군의회가 책임을 지고 삭발이라도 해라. 지금까지 도대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웠냐?”며 강하게 항의하자 김 의장은 “삭발이라도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으면 한다. 그러나 앞으로 의회에서 특위를 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인 전국의 다른 지역의 정치인과 연대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이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태를 단지 연세대가 농어촌특별전형 학생 133명 중 10%인 13명을 특목고 학생 중에서 선발하겠다는 것을 저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서조차 차별받는 현실과 앞으로의 암울한 농촌지역에 대한 대안을 강구하기 위한 거시적인 시선으로 보아야 함이 옳다.

올해는 연세대만 10%로 시작했지만, 내년엔 고려대가 20%, 이대가 30% 등 타 대학으로 자꾸 확산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여기에 이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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