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이자, 예술가이자, 탐험가이자, 탐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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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이자, 예술가이자, 탐험가이자, 탐정으로
  • 윤대우
  • 승인 2020.11.19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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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보아 옛날부터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도 힘들어 했던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상담은 그런 ‘한 길 사람 속’을 들여다보기 위한 과정이자 방법론이다.

아직도 내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는 전화통화의 일화가 있다. 경찰서에서 온 전화였는데, 상담기법을 알고 싶다면서 방문을 해도 되냐는 내용이었다. 상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서 기쁜 마음이 든 부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경찰서에서 상담기법에 대한 직접적인 문의를 하는 것에 궁금함도 들었다. 그래서 자세한 이유를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에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통 자백을 하지 않아서 상담기법을 사용하면 그들이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해줄까 싶어서 문의를 해왔던 것이었다. 

간결하게 알려드렸던 내용의 요지는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마법 같은 기술은 없다’였다. 실제로 상담자들은 내담자들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내담자와 의사소통을 하려면 기술적인 부분도 분명 갖춰져야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이다.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 아니냐 하겠지만, 단언컨대 서로 신뢰하고 믿음이 없으면 대화는 누구와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피상적이고 그럴싸한-하지만 별 내용은 없는-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의사소통기술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도 건강한 경우나 한정된 경우이다. 상담이 필요한 내담자들은 상당한 심리적인 고통을 가지고 있고 이는 본인이 가진 의사소통기술조차 제대로 활용 못하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내담자와 침묵의 시간을 견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본인의 생각을 온전히 말로 꺼내는 게 쉽지 않고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은 꽤나 적은 편이다. 필자는 그래도 말주변이 있는 편이기에 대화를 지속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오히려 말수가 적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을 극복하는 것이 시간이 더 걸렸다. 내담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못 꺼내는 것이 온전히 내 문제 같이 느껴졌고, 이야기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내 능력부족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온전히 착각이었다. 사람은 각자만의 생각이 있고, 각자만의 속도가 있으며, 각자만의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몇 년이란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타인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수용하는가에 따라서 그 사람과 마음의 거리가 결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사는 고민을 들어주고, 도움을 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직업으로 알고 있다. 고민을 들어주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올바른 선입견이 맞다. 하지만 도움을 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노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부분이다. 오히려 해결해주고 도움을 주려는 선의가 상황을 악화시킬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각자 개인들의 삶이 특별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상담사도 인간인지라 주려는 도움과 해결법이 완전하지 않거나, 내담자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며, 시간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훈련받지 않은 일반 사람들이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는 행위나 조언들이 역효과만 일으키는 것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래서 내담자를 만날 때는 항상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다. 연령층에 따라 주제는 대동소이 한 경우가 많다. 아동의 경우는 발달, 청소년은 학업, 청년은 취업, 성인들은 아직 부족한 부분들에서. 재밌는 것은 완전히 같은 경우도 없고, 같은 해결법이 필요한 경우도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깊숙이 내담자의 세계를 탐험해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느낀 그들의 세계를 우리-필자와 내담자-만의 작품으로 그려내는 작업도 같이 해야 한다. 궁금한 것은 묻고, 모르는 부분은 추론을 해가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필자의 삶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고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된다. 

개인의 삶은 정말 특별하고 소중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너무나 하찮게 보이는 문제가 누군가의 목숨이 달렸을 정도로 고통스럽기도 하고,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세상 황홀한 행복을 맛보기도 한다. 본인 입장에서 생각하고, 본인 입장에서 느끼는 것들이 타인에게 다르게 생각되고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타인의 세계를 충분히 수용하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충분히 ‘상담사’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윤대우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통합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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