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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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상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 황영란 시민기자
  • 승인 2012.04.19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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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영 란 다님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본지 시민기자
며칠 전, 충남 16개시·군 6급 이하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은 어떤 사람입니까?” 라는 질문에 어느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덜떨어진 사람입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장애인은 덜떨어진 사람입니까?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정책은 1989년을 기점으로 하여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기존의 장애인복지는 장애인은 불쌍한 사람이기 때문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돌봐줘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장애인복지 정책은 시혜적 복지, 공급자중심의 복지였습니다. 그렇지만 현재는 장애인이야 말로 장애인복지의 전문가이며 아무리 중증의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통합되어 살아가야 한다는 자립생활 패러다임으로 변화하였습니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단계를 다섯 가지로 나누면서 각 욕구는 하위단계가 충족된 후에야 상위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렇지만 필자의 경우, 첫 번째 단계인 생존의 욕구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 때문에 밤잠을 설치곤 했습니다. 처음 사고를 당했을 때는 휠체어 위에 앉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습니다. 밥을 먹고, 용변을 보고, 잠을 자는 일 조차 내가 하고 싶은 시간에 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일정에 맞추며 살았습니다.

장애인복지법 1장 2조에서 “장애인이란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자를 말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자립생활패러다임에서 장애인이란 사회적 소통과 지역사회 참여 정도를 보고 장애판정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장애란 개인의 문제나 육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통합의 문제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미 절반의 실패를 예고합니다. 정부의 시혜적 정책은 장애인을 무능하고 수동적이며 배타적이게 만들었습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없을뿐더러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의 정책을 펼치다보니 장애인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자기를 주장하고, 선택하는 일에 서툴렀습니다.

또다시 4월이 되었습니다. 4월은 이 땅의 수많은 장애인들이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부여받고 세상이 주는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어느덧 세상은, 이제 장애인들에게 같이 가자고 말합니다. 아직도 거리에 나가면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특별한 사람처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언젠가부터 세상은 참으로 따뜻해졌습니다. 멈춘 것 같았지만 세월이 지난 후 돌아보니 어느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전진하였습니다. 우리 장애인들이 그 손을 잡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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