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자치 활동으로 농촌 마을 지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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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자치 활동으로 농촌 마을 지속까지”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2.05.14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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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공동체 릴레이 인터뷰 ⑪ 유재호 구항면 주민자치회장

각 참여자 책임 가지는 주민자치활동 즐거워
주민자치회 전환… 면민 모두가 노력한 결과
주민 간 소통하고 즐기고 쉬는 곳 만들고 파 

 

유재호 구항면 주민자치회장은 위원으로 5년, 부위원장으로 2년, 위원장으로 2년 등 무려 10년 가까이 주민자치공동체 활동을 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지난해 말 주민자치회 전환까지 이끈 주인공이다.

지난 6일 구항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유 회장은 까맣게 탄 얼굴에 방금 전까지 농사를 짓다 온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모습이었고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주민자치회 활동을 해온 이유를 ‘재미있어서’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재미’는 단순한 유희나 오락으로 얻는 재미가 아니었다.

“주민자치회 활동은 각 위원마다 책임을 가지게 돼요. 해당 활동을 하던 사람이 빠져나가면 일이 망가져 버리기 때문에 각자가 책임을 가져야 되죠. 저는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지고 사업을 함께 해나가는 그런 주민자치 활동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아직까지 주민자치회 일에 불참한 적이 없습니다.”

모두와 함께 사업을 진척시키는 것에서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는 유 회장이 지난 2020년 주민자치위원장이 됐을 때 코로나19 시기가 도래했다. 그가 계획했던 사업들은 대부분 진행하지 못했고 시간은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래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주민자치회로의 전환 성공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목표를 이뤄낸 구항면 주민자치회의 자랑이자 유 회장의 자랑이기도 하다.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관계자들 모두가 주말, 휴일 없이 매달렸어요. 당시 주민자치회 관계자, 면 관계자들 누구랄 것 없이 계속 전환 심사 연습을 했죠. 월요일이었던 심사일을 앞둔 주말 내내 모두가 심사 준비에 열을 올렸던 것이 문득 기억나네요.”

최선을 다해 이뤄낸 주민자치회로의 전환 이후 지금 유 회장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의 우선 목표는 주민자치회 위원 모집이다. 유 회장은 각 마을의 이장이나 각 마을의 미래 재목들이 주민자치회로 들어와 활발히 활동하길 바라고 있다.

“각 마을에서 빠짐없이 주민자치회에 들어와 활동해야 사업을 진행할 때 소외되는 마을이 없어요. 특히 각 마을을 이끌어갈 후계자들이 우리 주민자치회에 들어와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이장들도 나이가 많아 결국 뒤를 이어줄 친구들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에요. 마을을 주도적으로 이끌 젊은 친구들이 확실히 있어야 마을도 계속 이어져요.”

유 회장은 주민자치회 임원 모집을 구항면의 지속 가능성으로 생각할 정도로 중요하게 보고 있었다. 그는 주민자치회 구성 이후 궁극적인 목표도 있다.

“구항면 한가운데에는 보개산이 있어요. 옛날부터 보개산 북쪽 구항 지역을 산북, 보개산 남쪽 구항 지역을 산남으로 부르면서 지역별 대표를 모아 체육대회를 하기도 했죠. 지금은 산업화가 진행되며 두 지역의 주민이 많이 줄고 그나마도 코로나19 등으로 소통도 줄었는데 옛 기억처럼 산북 지역과 산남 지역의 소통을 이어가고 싶어요. 이를 위해 두 지역의 중간 지역에 각 지역의 노인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문화생활도 하고 쉬기도 이야기도 하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요. 꼭 이루고 싶습니다.”

유재호 회장의 설명을 듣다보면 주민자치회 활동이 소멸해 가는 농촌 마을의 지속 방법을 찾거나 어느새 멀어진 지역 간의 소통을 다시 열어줄 거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우리 구항면 주민자치회는 걱정 없어요. 홍성군, 구항면, 주민자치회 관계자 모두가 주민자치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유 회장의 모습에서 수 년 전 유행했던 ‘긍정의 힘’이라는 말이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을 이끌어낸 구항면 주민들의 저력과 이를 이끈 유 회장이 당연히 기대 되지 않는가.
 


릴레이 인터뷰를 갈무리하며…

지난 2월 17일부터 진행한 주민자치공동체 릴레이 인터뷰가 약 3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
그동안 취재했던 홍성 지역 주민자치공동체들은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회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주민들이 주민자치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주민자치회 활동 참여율 저조로 이어지고, 주민자치회에 참여하고자 주민이 마음먹어도 기본 지식이 부족해 주민자치회에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진행되는 주민자치활동을 언론이나 지자체가 일반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관계자들이 입을 모았다. 

또한 한정된 예산과 한정된 자율성으로 자치활동의 한계가 명확했던 주민자치위원회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과 자율성이 있는 주민자치회 체제의 존재는 지역의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고민을 가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주민자치회가 활동하기에 충분한 인구를 가진 지역에서는 주민자치회 체제로 전환됐음에도 아직도 주민자치의 자율성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지자체의 가이드라인 없이 자신들의 의지로 100%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이나 정책이 가능하길 바라는 것이다. 

반면 주민자치위원회를 운영하기 위한 인구조차 부족한 지역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조차 유지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더 많은 역량이 필요한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구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지자체의 가이드라인이나 도움이 계속 되길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마다 상반된 고민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시기의 도래는 관내 주민자치공동체들의 어려움을 곱절로 만들었다.

하지만 주민자치공동체들은 저마다 다른 어려움 속에서도 목표를 저버리지 않았다. 주민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주민자치회 전환을 위해서, 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 보다 나은 지역 주민의 삶을 위해서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홍성군도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그동안 움츠렸던 주민자치활동도 다시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계획하며 활기를 찾아가는 중이다. 홍성군 주민자치공동체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올해, 더 나아가 앞으로의 힘찬 행보를 기대해 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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