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존중’을 실천해야 하는 당위성의 메시지를 심도 있게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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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존중’을 실천해야 하는 당위성의 메시지를 심도 있게 담다
  • 정세훈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5.08.21 07:09
  • 호수 905호 (2025년 08월 21일)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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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을 예술로 승화시킨 최종천 시인의 산문집 〈노동과 예술〉
<strong>정세훈</strong><br>시인, 노동문학관장, 칼럼·독자위원<br><br>
정세훈
시인, 노동문학관장, 칼럼·독자위원
 

“참으로 안타깝고 슬프다. 치열한 시 작업 등 문학을 통해 노동을 예술로 승화시킨 시인 최종천 형이 소천했다. 중학교 졸업 후 노동현장에서 용접공으로 고단하게 살아 온 시인이기에 더욱 안타깝고 슬프다. 지난 2013년 6월 20일 홍대 앞 북스리브로에서 가진 시인의 산문집 <노동과 예술> 출판기념식 당시 시인 옆에서 축하의 말을 전한 지가 엊그제 같아 더욱 안타깝고 슬프다. 시인의 소천에 평안과 위로의 하나님께서 함께 동행하시길 기도드린다.” 

필자가 지난 7월 18일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고 최종천 시인을 애도하며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추모 글이다.

시인은 2013년 출판사 ‘푸른사상사’에서 시인의 유일한 산문집 <노동과 예술>을 ‘푸른사상 산문선’ 8번째로 출간했다. ‘예술, 존재를 저울에 달아보다’ ‘있음에서, 함으로. 예술에서, 노동으로’ ‘노동과 예술의 조화’ 등 3부로 구성된 산문집에는, 시인이 ‘머리말’에서 “우리 인간이 진정으로 사랑을 바라고 평화와 행복을 바란다면 즉시 노동사회로 복귀해야 한다”고 서술했듯, 노동을 존중하고 그 존중을 실천해야 하는 당위성의 메시지를 심도 있게 담았다.

산문집에 대해 김응교 시인은 뒤표지 글에서 “철근 노동자 최종천 시인. 형은 배고픔과 풍부함에 대한 비결을 알고 삶을 즐기는 즐거운 구도자다. 관계/고독의 절연을, 운동/창작을 찰나에 스위치 시키며 무서울 정도로 오고가는 형의 자기 규제가 어떤 때는 무서울 정도로 정겹다. 글렌 굴드마냥 콧노래로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Variations)’을 부르며 집필했을 소담한 책을 만나는구나. 이 책은 정말 즐거운 고독이구나. 노동과 시인과 음악이 만나는 복스런 대박이구나”라고 감탄했다. 
 

맹문재 시인은 “최종천 시인은 이 산문집에서 작곡가며 연주곡 등 음악 전반을 전문가 못지않게 해석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들리는 소리까지 음악으로 듣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음악을 비롯한 예술을 자본주의의 산물로 간주하고, 예술이 자연과 노동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며 “예술이 점점 본질을 버리고 돈과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타락하고 있기에 생활 속에서 자연과 연대해야 한다는 시인의 주장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고 평했다.

“인간의 생명을 표현하는 보편타당한 행위는 오로지 노동밖에는 없다. 예술은 자연을 대치한 것이고 문화는 노동을 대치한 것이다. 예술이 자연을, 문화가 노동을 소외, 타락시키고 있는 상황이 현대이다. 문화는 지양되어야 하는데, 자연에서는 한 마리의 사자가 한 마리의 얼룩말을 잡아먹으면 그것은 오히려 자연의 양과 질을 향상시킨다. 그러나 어느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착취하게 되면 그것은 인간 전체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인간끼리의 착취는 어떠한 다른 형태로 사회에 축적되는 게 아니라 필연적으로 부, 즉 화폐로 될 수밖에 없다.”(산문 ‘용접이라는 예술’ 중에서)

1954년 전남 장성에서 출생한 시인은 중학교 졸업 후 구두닦이, 술집 종업원, 중국집 배달원과 주방 보조 등 일용직을 거쳐 20세 무렵부터 용접공으로 일했다. 1986년 <세계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눈물은 푸르다>, <고양이의 마술>,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용접의 시>, <인생은 짧고 기계는 영원하다>, <그리운 네안데르탈>, <골목이 골목을 물고> 등과 산문집 <노동과 예술>을 펴냈다. 신동엽창작기금과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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