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0조 원을 써도 출산율은 하락하는가?
상태바
왜 40조 원을 써도 출산율은 하락하는가?
  • 김민식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4.22 0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예산은 지난 2006년 2.1조 원으로 시작해 매년 큰 폭으로 증액됐다. 2020년에는 40.2조 원이 지출됐으며 올해에는 더 많은 돈이 쓰일 것이다. 이렇게 많은 돈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계속 하락했다. 출생아 한 명당 1억 4천만 원 이상의 돈을 쓰는데 왜 출산율은 오히려 하락하는가? 

언론에서는 저출산 대책이라고 할 수 없는 예산이 많이 포함돼 있어서 출산율 제고에 효과가 없다고 한다. 즉, 아직도 저출산 예산이 부족해 출산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출산 예산을 더 많이 쓰면 출산율이 올라갈 것인가?

부모가 아이를 낳는 경우는, 자녀가 없는 것 보다 자녀가 있는 것이 더 이익이 되는 경우이다. 과거에는 피임도 어렵고 낙태도 할 수 없으며, 시부모가 강요하기 때문에 싫어도 아이를 낳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부부가 합의해 자녀 계획을 세우고 피임을 하며 원하지 않는 임신의 경우 낙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만 선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 예산은 부모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가?

저출산 예산의 대부분은 임신·출산·육아·교육에 쓰인다. 임신에 쓰이는 예산은 부모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가? 아이를 임신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임신에 따르는 수고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임신을 하지 않는 경우에 비하면 이익이 아니다. 출산·육아·교육에 쓰이는 예산도 자녀를 낳고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출산·육아·교육에 따르는 수고와 시간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아무리 많은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자녀가 없는 경우에 비하면 이익이 되지 않는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데는 돈 뿐 만 아니라 많은 수고와 시간을 쓴다. 그런데 임신·출산·육아·교육에 쓰이는 예산은 그 많은 수고와 시간을 뛰어넘지 못하고 대체할 수도 없기 때문에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 것이다. 40조원의 예산은 양육에 따르는 수고를 경감해주지만, 자녀가 없는 경우 보다는 이익이 되지 않는다. 또한 저출산 예산은 자녀를 양육하는데 쓰이는 것이지 부모를 위한 예산은 거의 없다. 지자체에서 주는 출산수당 외에는 없다. 그래서 그 많은 돈을 써도 부모에게는 가슴에 와닿지 않는 것이다. 자녀를 낳아 키우고 수고하는 것은 부모인데 부모에게 이익이 없으니 아무리 많은 돈을 써도 출산율은 오르지 않는 것이다.

저출산 예산 40조 원은 아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지, 부모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부모가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자녀로부터 얻는 이익인데, 자녀로부터 얻어지는 이익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자녀들은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며 자녀들이 집을 떠나면 얼굴 보기도 어렵다. 자녀들이 취직해 월급을 타면 많은 세금을 국가에 내지만, 부모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전혀 없다. 부모가 노년에 어려움에 처해도 자녀들이 도와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녀를 낳아 키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것이 오히려 비정상 아닌가?

세금의 증가·복지의 증가·분배의 증가, 이런 것들도 자녀의 필요성을 떨어뜨린다. 자녀로부터 얻어지는 이익은 떨어뜨리고 자녀가 없어도 사는 데 어려움이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녀로부터의 이익은 없고 혼자 사는 데 어려움이 없으니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지수가 다른 곳에 예산을 쓰기 때문에 많은 세금을 쓰면서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저출산 예산을 부모의 이익에 직결되게 써야 한다. 또한 자녀가 부모에게 이익이 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자녀가 성공하면 부모도 그 성공을 같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세금은 줄이고 무분별한 복지는 삼가 해야 한다. 그래서 건강한 가정이 만들어 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면 결혼은 증가하고 이혼은 감소하며 낙태는 감소할 것이다. 곧이어 출산율도 상승할 것이다.

 

김민식 <두리저출산연구소장·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