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음식을 '배'로 즐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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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음식을 '배'로 즐깁니까?
  • 정세인 디트뉴스 편집위원
  • 승인 2011.02.11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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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 성공하려면…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의 음식문화를 비교하는 재미있는 말이 있다. 세 나라 사람들이 음식을 무엇으로 즐기는가 하는 비교이다. 우선, 중국 사람들은 음식을 '코'로 즐긴다고 한다. 중국 음식들은 향료를 많이 넣기 때문에 코로 향기를 맡아가며 먹는다는 얘기다. 반면 일본 사람들은 '눈'으로 즐긴다고 한다. 일본 음식들은 눈요기라도 하라는 양 아기자기 하고 화려하다. 그래서 입보다는 눈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무엇으로 음식을 즐길까? 코도 아니고 눈도 아닌 '배'로 즐긴다고 한다. 배가 불러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 음식문화는 질보다는 양이다. 무엇보다 푸짐해야 한다. 특히 손님을 접대할 때 음식이 부족하면 큰 결례로 생각했다. 옛날 할머니는 밥그릇에 밥이 쏟아질 정도로 고봉으로 퍼주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리고는 혹시 예의상 남기기라도 할까봐 물까지 부어주면서 다 먹으라고 친절하게 배려까지 해주셨다.

물론, 옛날 먹고살기 힘들 때 우리민족 고유의 인심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도 우리 음식문화의 특징을 잘 설명한 이야기이다. 지금이야 먹는 것이 풍부해져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는 시대이지만 아직도 우리의 음식문화는 푸짐해야 한다는 잔재의식이 남아 있다. 밥에 반찬 수가 몇 개냐를 따져야 하고 국물까지 곁들여야 한다. 부족하기 보다는 남아야 한다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나온다.

푸짐하게 배로 먹어야 하는 우리 식문화 음식물 쓰레기 발생 주원인

우리나라의 1년간 음식물 쓰레기양은 지난해 기준 약 4백10만여 톤에 이른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약 1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 한 사람당 한 해 30만원이 넘는 돈을 버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를 비롯한 자치단체 등이 나서서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는 넘쳐나고 있다. 15조원이라면 우리나라 한 해 식량 수입액의 1.5배, 연간 자동차 수출액과 맞먹는 규모다.

주머니 속의 돈이라면 이렇게 버릴 수 있을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지 않으면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추세대로 가면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자원과 에너지 낭비가 2012년에는 2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와 있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문제는 비단 경제적 손실 뿐 만이 아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위생상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음식물 쓰레기는 남은 음식물의 80% 이상에서 수분이 함유되어 있어 쉽게 부패된다. 따라서 그대로 물로 흘러들 경우 수질 오염은 불가피하다. 음식물의 분리수거 및 처리과정에서 발생되는 수질오염물질은 BOD기준 6만~10만ppm 정도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질소 및 유기화합물에 의한 악취발생과 해충번식 등으로 질병을 유발하는 등 위생상 문제가 직접적이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자원낭비 15조원 2012년엔 25조원 전망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그동안 매립처분 해왔지만 이것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 각종 과학적인 방법들이 동원돼 위생매립을 추진해왔지만 고농도 침출수 발생과 대기와 토양 지하수 오염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05년부터 전국 시급 이상의 지자체에서 음식물 쓰레기의 매립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사료와 퇴비화하거나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방법들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는 있다.

가장 근원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심각성을 고려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각종 시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12년부터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된다. 앞으로는 음식물 쓰레기도 다른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돈을 내고 버려야 한다. 대전시에서는 지난해 민선 5기 시작과 동시에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등 각 지방자치단체별로도 쓰레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의식과 실천이다. 각 가정에서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대폭 줄여나가려는 시민 의식과 실천이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우선 시장을 보는 단계에서부터 계획적으로 식료품을 구입하고 보관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리고 조리 시에도 먹을 만큼만 조리해 음식물이 남지 않도록 하고 식사 시에도 개인접시를 사용해 먹을 만큼만 덜어 먹는 등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식사 후 쓰레기 처리단계에서도 재활용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분리하고 되도록이면 물기를 제거해 버리면 효과적이다.

잘 먹어서 탈나는 시대 소박한 상차림이 대접받는 사회 만들어야

이제는 우리 식문화도 과거 끼니를 걱정하던 시절의 유물을 떨쳐버려야 한다. 지금은 못 먹어서 문제가 되는 시대가 아니라 잘 먹어서 문제가 되는 시대다. 비만이 사회문제화 된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며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도 잘 먹어서 생겨난 병이다. 푸짐하게 차려놓고 배불리 먹어야 잘 먹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손님에게 대접도 더 이상 푸짐한 게 미덕이 아니다. 어렵던 시절의 넉넉한 인심만은 계승하되 형식을 중시하던 지나친 접대문화는 바꿔야 한다. 접대를 받는 사람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알맞은 만큼 조리하고 남김없이 먹는 사람, 소박한 상차림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는 거창한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 각자의 의식변화와 조그만 실천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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