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비 대통령 박은식의 가르침 : 나라의 독립 회복, 양명학으로 무장해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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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비 대통령 박은식의 가르침 : 나라의 독립 회복, 양명학으로 무장해야〈3〉
  • 노관범 <서울대학교 교수>
  • 승인 2021.08.1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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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식은 유학자로서 사회에 참여하는 지도적인 인물들의 인격과 품행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그는 이들이 진실한 마음으로 진실한 사업을 추구해야 실력 양성이 가능하다고 믿었는데, 을사늑약 이후 설립된 한국의 사회단체는 대한제국이 철거되는 역사적 상황에서 국권 회복을 위한 실력의 양성이라는 본래적인 취지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겉으로는 국가와 민족을 말하나 실제로는 사리사욕에 매몰된 사람들을 가리켜 당시에 곧잘 가지사(假志士), 즉 가짜 지사라고 불렀다. 그는 이들 가짜 지사에 대한 도덕적 정화가 시급함을 절감하고 있었다.

박은식이 서북학회 학회지에 ‘유교구신론’이라는 논설을 써서 유교 개혁을 부르짖은 것은 이 무렵이었다. 박은식이 개신유학자라고 불리는 근거는 앞에서 말했지만 이 유교 개혁론 때문인데 실은 이 유교 개혁론은 사회에서 활동하는 가짜 지사에 대한 근심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회 인사들이 올바른 심성으로 올바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도덕적으로 재무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도덕이 필요한데 이 새로운 도덕을 유학의 가르침에서 검출하겠다는 발상이었다.

박은식은 조선의 전통적인 방식의 유학, 곧 주자학에서는 이 새로운 도덕을 길어올리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는 새 시대가 요구하는 유학을 첫째 민지 개발과 민권 신장을 지향하는 인민의 유학, 둘째 인민 속으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선교하는 구세주의 유학, 셋째 복잡하게 도덕을 설명하는 주자학이 아니라 간단하게 도덕을 자각하도록 만드는 양명학이라고 정리했다. 

이를 유교계의 삼대 문제라고 명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양명학을 새 시대의 새로운 도덕학으로 조명했다. 최남선이 주관하는 ‘소년’에 게재된 ‘왕양명선생실기’는 그 소산이었다.

결국 모든 문제는 사람에 달려 있는 것 아닌가. 좋은 사람을 길러야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고 그렇게 해서 사회의 진실한 사업으로 국가의 독립을 회복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박은식은 국망 이전 사회운동을 하던 시절이나 국망 이후 독립운동을 하던 시절이나 늘 변함없이 도덕이 갖추어진 운동 주체의 수립을 중시했다. 그 도덕을 만드는 학문으로 양명학을 신뢰하고 스스로 양명학의 체험적 수련에 정진했다. 한국의 근대 유학자 박은식, 한국의 선비 대통령 박은식이 양명학을 제창한 사건은 본질적으로 한국의 독립운동과 결합된 것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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