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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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2.05.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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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43〉

오관리 10구 어르신들과 처음으로 그린 그림은 ‘내 얼굴’입니다. 각자의 얼굴을 생각나는 대로 그려보기로 한 것입니다. 동그스름한 바탕에 헤어스타일이 어떤지를 떠올려 그리고 이마와 눈썹, 눈, 코, 입 그 다음으로 턱과 볼을 그리고 광대뼈, 주름, 수염, 안경 등을 생각나는 대로 그려 줍니다. 

얼굴을 제외한 바탕에는 나를 대신할 수 있는 것, 나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것,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을 그려 줍니다. 예를 들어 자녀들, 가족을 그리고 싶으면 가족의 얼굴을, 집 뜰에 있는 나무를 그리고 싶으면 나무를, 반려견, 반려묘를 그리고 싶으면 반려견, 반려묘를 그려줍니다. 공간이 남지 않고 꽉 차게 그리면 충실해 보여 좋습니다. 

그 다음으로 채색을 합니다. 처음 잡아보는 채색펜이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어색해 합니다. 선의 길이를 조절하지 못해 하나의 선을 길게 그리기도 하고 자연을 닮을 색을 찾느라 고심하며 막막해하기도 합니다. 선은 짧게 그리고 여러 가지 색을 함께 쓰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이미 만들어진 색을 가지고 그 범위 안에서 채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에 가까운 채색을 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자연의 색을 떠나 색과 색의 조화를 꾀하면 아름다운 색감의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장문혁 어르신의 자화상은 얼굴의 노랑색과 흰 바탕에 칠한 초록색이 아름답게 어울리고 있습니다. 실제얼굴과 닮게 그리기 보다는 형태와 채색을 자유롭게 하여 보는 사람의 마음도 자유로워집니다. 얼굴 외의 남은 공간에는 사람과 나무와 고양이를 그려 넣었습니다. 이들 또한 장문혁 어르신을 나타내고 이해하는 단서들이며 보는 이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다른 어르신 한 분은 자화상 아래에 가족 모두의 얼굴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 가족에는 1년 전에 세상을 뜬 반려견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20년을 함께 산 반려견이 세상을 떠났을 때의 슬픔을 지금도 간직한 채 애도하고 계셨습니다. ‘자화상으로 내 영정사진을 대신해도 되나요?’ 하고 말씀하시는데 벌써 떠나실 준비를 하시는 것 같아 슬펐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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