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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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다시보자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05.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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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5월에 태어나 5월에 세상을 떠난 수필가 피천득(1910~2007)의 ‘오월’ 첫 구절이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라고 인생의 정점을 오월로 표현했다.

여류시인 노천명(1912~1957)은 ‘푸른 오월’이라는 시에서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라고 썼는데, 이 표현이 널리 회자되면서 오월은 ‘계절의 여왕’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봄과 여름의 중간에 있는 오월은 두고 보기에도 아까운 달이다. 신록이 우거지기 전의 파릇파릇 연두연두한 옅은 녹색의 오묘한 빛깔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때뿐이고, 많은 이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문화예술인들에게 큰 영감을 선사하는 것도 바로 이때다.  
그런가 하면 5월은 정서적으로 안정과 평화를 찾고, 여러 기념일을 제정해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국가적인 행사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는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과연 그러한지, 오월의 달력을 한번 들여다 보자.

먼저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근로(勤勞)’는 몸을 움직여 일을 한다는 ‘노동’에 ‘부지런함’을 의미하는 접두어를 합성한 것으로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들의 노동착취를 위해 만들어진 신조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노동자에게 부지런히 일할 것을 요구하는 경영자의 일방적 철학이 들어있다고 해서 ‘근로자의 날’ 대신 ‘노동절’로 쓰기도 하나 현행법은 ‘근로자의 날’로 돼있다. 이 날은 노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반쪽짜리 휴일이다.

5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념일로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치솟는 물가에 어린이 날 장난감 선물 사기가 두렵다는 사람도 제법 많지만 그래도 이 날은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5월 8일은 어버이 날이다.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며 감사의 뜻으로 카네이션 꽃을 달아드리는 풍습이 전해져 오고 있다. ‘어머니의 날’로부터 출발했는데 1973년부터는 ‘어버이 날’로 변경, 지정됐다. 중국 일본 미국 등에서는 어머니 날, 아버지 날이 따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교원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1965년,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 그러나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庶政刷新, 1970년대 공무원사회의 부조리를 일소해 건전한 국민정신을 진작시키려 했던 정신개혁운동) 방침에 사은행사를 규제하게 돼 스승의 날을 폐지했으나 1982년 다시 부활됐다.

5월 16일은 성년의 날이다. 1973년부터 시작된 이 기념일은 매년 5월의 세 번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지정해,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는 중요한 행사다. 고려 광종때인 965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조선시대에도 이어져 왔으나 20세기 근 현대를 거치며 사회관습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홍성문화원을 비롯한 전국의 뜻있는 문화원에서 전통성년식의 원형을 찾고 성년을 맞는 지역의 만19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례(冠禮, 남자) 및 계례(笄禮, 여자)의 성년식을 재현해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비교적 최근인 2007년에 제정된 법정 기념일로,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재밌는 것은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으로 날짜를 21일로 정한 것이다. 부부가 화합하고 소통하고 가정이 잘 유지돼야 사회가 발전하고 출생률도 늘어날 것이다. 

얼마 전, 홍동면 행정복지센터 앞에는 ‘경사났네, 우리마을에 아이가 태어났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그걸 보며 웃으며 지났지만, 마냥 웃을일 만은 아니었다. 심각한 인구감소와 이혼 등의 사회문제가 지역의 중대 현안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무튼 부부의 날은 앞으로도 비중있게 다뤄져야 할 국가적 기념일이다.

이렇듯 오월은 어린이, 성년, 부부, 근로자, 어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인 ‘사람’에게 새로운 힘을 실어주는 계절이다. 더구나 올해의 오월은 부처님 오신날도 있어서 더욱 풍성하다.

지금 오월은 선거가 한창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작약과 모란은 피고, 라일락, 아카시아는 은은한 향기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오월에 있으니,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는’ 18일의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도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날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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