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선사 탄신 143주기 다례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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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선사 탄신 143주기 다례재를 다녀와서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09.0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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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의 사회진화론이 제국주의 침탈 논리로써 약소민족과 국가들을 병탄할 때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은 우리도 하루 빨리 부국강병을 이뤄 제국주의 대열에 나서자 호소했다. 이에 만해는 “우리민족이 당하고 있는 이 아픔을 다른 민족에게 절대 가해서는 안 된다. 일체 생명체는 자유와 평화를 갈망한다”며 자유의 본질과 평화의 가치를 설파했다. 

이뿐만 아니라 ‘삼천리’지 기자가 “당신은 독립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석가모니가 이 시대에 오면 조선의 독립운동만 하겠나, 제국주의에 핍박받는 전 세계 인류의 행복을 얘기했을 것”이라 대답했다. 따라서 만해의 일생은 ‘불교를 종(宗)으로 하고, 조선의 독립을 방편으로 해 제국주의로부터 핍박받는 인류의 인권회복과 평화를 구현하려 했던 스승이었다’라고 정의돼야 마땅하다.

조선의 독립은 둘도 없는 반가운 일이지만, 최악의 결과로 맞이했다. 그래서 우리 홍성은 최악의 결과로 맞이한 조선독립을 만해가 생각했던 이상적 독립으로 완성해야 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윤치호 등은 앵글로색슨족(서양)을 배우는 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라 했고, 둘째, ‘시일야방성대곡’을 썼던 장지연 등이 변절의 근거로 삼았던, 일본은 밉지만 일본을 배워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새로운 세계질서에 편입해야 한다. 셋째, 만해가 주장했던, 우리민족이 주(主)가 돼 독립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었다. 불행하게도 첫째, 둘째의 입장에서 독립을 이뤘고, 현재 남북이 갈라져 있으니 만해의 걱정대로 반쪽의 독립이요, 절반의 광복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당시 국제관계를 감안할 때 만해의 민족주의가 관철되기는 분명 어려웠다. 문제는 광복 이후 만해의 외침은 사라졌고, 식민지시기 동안 길들여진 노예근성을 현재까지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해의 민족주의는 남당 한원진이 주장했던 인물성이론(人物性異論) 즉, 사람과 짐승은 본성이 다르며, 사람을 중화(中華) 짐승을 오랑캐(청나라)로 규정하고, 명나라와 조선 이외 모두를 짐승 같은 오랑캐로 취급했던 ‘위정척사’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생명체는 자유를 본령으로 하고 있고, 어떤 경우에도 억압과 지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일체평등사상에 바탕을 둔 만해의 민족주의는 지금 현재 인류평화를 위한 유일한 방책으로 유효하다. 

위의 실천으로 만해는 일본과 제국주의를 적이 아닌 어리석은 중생으로 봤고, 그들에게 어리석은 행위인 전쟁을 멈추고 앞선 기술을 인류공영에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그래서 우리 홍성은 핵문명이 인류를 위협하는 현재, 만해의 가르침으로 남북통일을 이루고, 나아가 인류평화를 구현해야 하는 숙제를 이행해야 한다. 만해는 무엇으로 일본과 제국주의를 적으로 보지 않았을까? 그것은 임종 전까지 번역했던 ‘유마경’의 불이사상(不二思想)에 있다. 불이(不二)란 일체 만물은 그물처럼 하나로 걸려있어 ‘나와 같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다르지도 않은 모두로서 하나’라는 우주의 원리이다. 그래서 만해의 민족주의는 일체평등으로서 불이(不二)이며, 나, 너, 우리, 국가, 인류의 행복을 위해 멈출 수 없는 보살행의 실천이다. 이것은 그동안 인류가 고집해온 국가, 종교 등 집단의 이익을 善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배타하거나 적으로 여겨온 소극적 선(善)과는 대별된다.

최근 들어 만해선양사업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고, 지난달 29일 만해생가지에서 143주기 탄생 다례재를 봉행했다. 그런데 다례재 뿐만 아니라 어느 행사에서도 위와 같은 만해의 일생이 조명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앞서 지적했던 최악의 독립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라는 말이 있다. 이제 만해를 다양하게 조명하고 있으니 나름의 견해를 밝혀 좀 더 나은 선양행사들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범상스님 <석불사 주지·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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