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노트> Music is just Music. Do not label on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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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노트> Music is just Music. Do not label on it
  • 윤여문<청운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4.02.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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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014년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 시상식이 개최되었다.
1959년 제1회 시상식을 개최한 이래 매년 봄에 열리며 팝에서부터 클래식까지 아우르는 음반업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작곡가, 연주자, 음반 프로듀서, 사운드 엔지니어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평가단이 지난 한 해 동안 발표된 디지털 싱글과 앨범을 중심으로 평가하여 총 43개 부문의 수상자를 결정한다.
이외에도 20년 이상 된 앨범들 가운데 예술적 완성도와 역사적 의미를 지닌 작품에 수여하는 명예의 전당상, 그리고 뛰어난 예술성과를 올린 음악인에게 주어지는 평생공로상이 있어 음악인들에게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최고의 행사이다.
이번 ‘그래미 어워드 2014’는 한마디로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Daft Punk)를 위한 개인 시상식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1990년대 말부터 신시사이저를 이용하여 하우스음악 또는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로 분류되는 명곡들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밴드이다.
젊은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미국 이외의 국가 혹은 비영어권 뮤지션에게 다소 인색했던 그래미 어워드에서 다프트 펑크가 Random Access Memories로 ‘올해의 레코드상’을, Get Lucky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는 등 총 5관왕을 차지한 일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상식 중 다프트 펑크와 팝의 거장 스티비 원더가 함께 Get Lucky, Freack Out 그리고 Another Star를 일렉트로니카와 밴드 음악으로 적절히 편곡하여 콜래보레이션 무대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음악인들 사이에서 일렉트로니카를 아직도 비주류로 생각하고 심지어 예술적인 측면에서 한 수 아래의 음악이라는 암묵적인 비아냥거림을 말끔히 씻어낸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음악계에서 일렉트로니카의 홀대는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닌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렉트로니카는 신시사이저를 기초로 한 음악 장르로써 댄스적인 느낌은 적은 반면 팝 그리고 록, 힙합 등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전자적인 기술로 믹스하는 고유의 장르이다.
일렉트로니카의 음악적 특징은 전통적인 멜로디보다는 전자 비트를 중심으로 음이 이어지고 기존의 소리를 왜곡시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또한 일정한 리듬 패턴과 최소의 코드만을 반복시키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곡하는 기존 음악인들은 일렉트로니카의 지나친 단순성과 무한한 비트 반복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음악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위시해 비틀즈, 소닉 유스, 마일즈 데이비스, 프랭크 자파, 허비 행콕 등 많은 유명 예술인들은 전자음악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고백했다.
다프트 펑크의 그래미 시상은 일렉트로니카가 더 이상 저급한 음악이 아니라는 외침과 동시에 새로운 장르의 음악이 주류(主流)가 되기 전까지 외면 받는 음악 전통 질서에 종지부를 찍은 사건이 되었다.
다프트 펑크가 디즈니의 SF영화 ‘트론:새로운 시작(TRON:Legacy, 2010)’의 모든 OST를 만들었을 때에도 그들의 높은 완성도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음을 기존의 음악인들에게 늦게나마 인정받은 것이다.
9장의 정규앨범으로 약 1억 50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고 그래미 어워드를 8번 수상함과 동시에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메칼리카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협연하고 할아버지 록밴드 스콜피온스가 세계 3대 오케스트라 베를린 심포니와 협연하였을 때 많은 음악 애호가들은 더 이상 음악 장르를 구분 짓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언제쯤 음악을 음악 본연의 모습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버진레코드(Virgin Record)의 옛 슬로건(Music is just Music. Do not label on it!!)처럼 음악을 음악으로써 아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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