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公約-空約)과 계약(契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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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公約-空約)과 계약(契約)
  • 이성철 <나사렛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6.04.1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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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公約) : ①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 ② <법률>공법에서, ‘계약’을 이르는 말.
공약(空約) : 헛되게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
계약(契約) : 관련되는 사람이나 조직체 사이에서 서로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하여 글이나 말로 정하여 둠. 또는 그런 약속.
벌써 벚꽃도 개나리도 매화도 피었다. 봄이 왔나보다.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한참의 시간을 보낸 모양이다. 하기야 어둠의 긴 겨울을 지나왔으니 봄이 오긴 해야겠지. 봄이 되니 여기저기 새로운 희망과 꿈으로 새 집을 장만하여 옮겨가는 짐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새삼 세상은 어쨌든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본다. 그런데 햇빛과 기온만 봄 날씨이고 세상은 아직도 어두운 겨울을 지나고 있다는 느낌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이사를 가기위해 집을 구하게 되면 집주인과 어떤 형태로든 계약서를 작성한다. 매매계약이든, 전세계약이든 상호간에 서로의 약속을 법적으로 효력이 있도록 하기위해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계약서는 정확해야하고, 거짓 없으며, 어느 한쪽에 불리하거나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누가 어떤 내용을 어떻게 쓰라고 강요한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계약서상에 성문화시켜서 명시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계약서의 내용은 정말 중요하며, 또한 법적인 책임과 함께 위반 시에는 그에 대한 법적 책임도 져야 하는 것이다.
선거가 코앞이다. 누가 당선되든 그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과연 19세가 되는 나이부터 투표권을 부여했으니 투표율이 얼마나 될까가 궁금해진다. 정말 투표율이 올라갈까? 엊그제 뉴스에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소음공해로 신고된 것만 해도 벌써 900여 건이 된단다. 인터뷰에 응한 어떤 시민은, “올바르게 하는 짓이 없으니 정치에 관심도 없고, 누가 되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 다만 시끄럽지나 않았으면 좋겠다”며 불만의 표현을 숨김없이 하는 것을 보았다. 과연 그 개인 한사람의 생각일까? 게다가 그 인터뷰에는 한사람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신문을 읽다가 재미있는 내용을 보았다. 이름하여, ‘대한민국과의 계약’이라는 것이다. 어떤 정당의 후보자들이 연판장 돌리듯 연명으로 서명하며 작성한 것이다. 내용은 궁금하면 찾아보시라. 그 주된 골자인 즉은, 당선이 된다면 그 당선시점부터 1년 후인 2017년 5월 31일에 계약내용에 제시한 5대 개혁과제가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1년치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것. 세비 반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될테니, 어떻게든 핑계를 대야겠지. 아니면 대충 계약서 내용대로 흉내만 내고도 모두 시행되고 있다며 특기인 우겨대기를 하실지. 혹시 그 분들 모두 1년 뒤 6월 1일에 세비 반납하고 햇살론 신청하시는 것 아닐까? 신용등급은 최우수일테니 햇살론이든 사채든 대출에는 문제없겠지.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그 내용을 보면 ‘법안발의’만 명시되어 있을 뿐. 그 시행이나 현실적으로 백성들에게 다가올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것마저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이견을 말하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될까. 계약내용 불이행에 대해 이견을 제시한 사람은 혹시 대출도 못 받는 것 아닐까?
그렇다하자. 항상 그러하듯 “이 또한 지나가리니.” 그렇지만 과연 그 계약서를 작성하신 분들께서는 돈 없는 백성들이 죽어라 개미처럼 일해서 근근이 모은 돈으로 새 집으로 이사 갈 때 계약서 작성하듯 신중하게, 그리고 온 마음과 생각을 다해서 계약서에 서명하셨을까. 그냥 “이 또한 지나갈테니” 재미삼아 어떻게든 당선이나 되고 보자는 마음으로 서명한 것은 아닐까. 제발 그러지 않았기를 기도해본다.
그 계약서를 본, 그래도 아직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애증이라 하더라도 사랑의 마음과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백성들에게 또 한 번 죽음보다 더한 실망감을 안겨주지는 마시라. 뱃지차고 다니시는 높은 분들보다 뱃지 없어 힘없는 백성들이 더 많은 생각과, 더 많은 희생의 마음과, 더욱 깊은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계약은 계약이다. 부디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끝내면서 모든 백성들과의 계약을 위반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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