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이지 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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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이지 개가 아니다!"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7.11.20 09: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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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 나, 다니엘 블레이크

잠시 백수 기간이 늘어가던 시간, 무어라도 배워보자 하는 마음에 적은 비용으로 배울 수 있는 내일배움카드가 있다는 말에 냉큼 고용노동부를 찾아갔다. 그런데 어찌나 절차와 과정이 복잡하던지 카드를 도중에 포기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인내심이 바닥날 것만 같았다. 이런 경우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영국에서도 벌어지는 상황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 속 다니엘 블레이크 역시 심장이 약해 일을 할 수가 없어 실업급여를 받으려 하지만 목수로 살아온 그에게 그 절차는 복잡하기만 하다. 전화를 해도 1시간 넘도록 기다리라는 말 뿐이고 연결이 되면 담당자가 없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더구나 모든 것을 컴퓨터로 신청하라고 한다. 다니엘은 컴퓨터를 하지 못한다.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 채 살아왔다.

싱글맘 케이티도 마찬가지다. 런던에서 노숙자 쉼터를 전전하다가 뉴캐슬로 이사 온 그녀는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고,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도둑질까지 하고 만다. 여가는커녕 기본적 생활도 유지되지 않는 상황. 사회 안전망 사각지대에서 억울함에 눈물짓는다.

켄 로치 감독의 은퇴작이자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감독의 전작에서 보듯 노동자의 삶과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전과 조금 다르다면 이번 영화에서 감독은 기존 가족애와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자식도 없고 부인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나 의지할 친구도 가족도 없는 다니엘은 케이티에게 친구이며 아버지 같은 존재로 다가간다. 그러나 취직이 어려운 케이티가 사창가에서 몸을 팔면서 다니엘을 밀어낸다. 그런 케이티에게 다니엘은 그녀를 향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위로한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영화는 사회 안전망에서 철저히 소외된 이들의 삶을 집요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보여준다. 감독은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다니엘의 모습을 통해 사회, 국가, 정책보다 중요한 개인을 밝힌다. 잇따른 신청 좌절로 다니엘은 관공서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글을 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굶어죽기 전에 질병수당 항고 날짜를 달라.” 이후 낙담한 다니엘은 두문불출하고 집안에 틀어박힌다. 그 때 케이티의 딸이 다니엘에게 다가온다. “이번에는 저희가 아저씨를 도울게요.” 케이티의 도움으로 어렵게 질병수당 신청을 할 수 있게 된 다니엘, 담당관을 만나는 날, 담당관에게 이야기할 내용을 적은 편지를 다니엘의 장례식장에서 케이티가 읽는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아닙니다. 나는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의 점도 아닙니다. 나는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나는 굽실대지 않고 이웃이 어려우면 기꺼이 도왔습니다. 자선을 구걸하거나 기대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이에 나는 나의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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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2017-11-27 17:05:49
굿
좋은 기사 잘 보고 갑니다.
홍주일보가 낳은 최고의 기자 김옥선 기자 칭찬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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