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누구 위한 자전거도로인가
상태바
진정 누구 위한 자전거도로인가
  • 윤종혁 기자
  • 승인 2009.12.04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닷가도로 휀스 설치 실효성 의문
▲ 홍성군이 서부 해안가에 자전거도로를 새로 만들면서 휀스를 설치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휀스 설치가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서해안 해안관광 자전거 도로개설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지는 자전거도로와 관련해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홍성군은 지난 4월 정부가 추진하는 전국 자전거 네트워크 구축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홍성 A지구 방조제를 시작으로 서부면 어사리를 경유해 천수만 홍성방조제까지 총 6.2km, 태안군 남면 원청삼거리까지 총 17.9km의 자전거도로가 서해안을 따라 조성될 예정이다. 

홍성군에서는 자전거도로와 관련 어사삼거리와 속동전망대 구간에 자전거도로를 위한 휀스를 설치하고 있다. 기존의 도로폭 3.4미터를 3.15미터로 줄여 남은 구간과 인도를 합쳐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휀스 설치와 관련해 서부면 한 주민은 "뭐 하러 멀쩡한 도로를 파헤치고 휀스를 설치하는지 모르겠다. 여태껏 이 도로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니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며 휀스 설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이 고향이라는 한 관광객은 "정부에서 하라고 해서 그대로 하기보다는 지역 특성에 맞게끔 새로운 안목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길에 도대체 몇 명이나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또한 휀스 설치도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차를 타고 해안가를 드라이브 하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갓길에 차를 대고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휀스가 설치되면 그냥 지나치는 길이 되고 만다. 휀스는 곧 단절을 의미한다"며 홍성군청의 행정이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공사비의 대부분이 휀스 설치비에 들어가면서 휀스 설치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자전거도로를 만들면서 휀스 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행정안전부의 의견이 있었다. 군청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휀스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휀스 설치에 따른 예산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이렇다 할 입장이 없다. 

홍성군의회 오석범 부의장은 "기존의 도로폭이 줄어들었는데 이럴 경우 큰 차가 서로 교차할 경우 사고 위험이 높다. 휀스 설치에 따른 사업의 타당성을 새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충분한 검토와 혜안 필요 

자전거는 용도에 따라 크게 생활자전거와 산악자전거(MTB)로 나뉜다. 생활자전거는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천천히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자전거라 할 수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거의 이용하는 자전거다. 

반면 산악자전거는 가벼운 것이 특징으로, 자전거를 이용해 더 다양한 운동을 즐기려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주로 타는 자전거다. 주말에 가끔씩 20~30명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홍성의 주요 거리를 지나가는데 이 때 동호인들이 타는 자전거가 바로 산악자전거이다. 

이렇듯 자전거는 용도에 따라 나뉘는데 여기에 맞춰 자전거 정책과 자전거도로 또한 세분화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전거도로를 만들어도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이다. 

어사삼거리에서 속동전망대를 연결하는 바닷가 자전거도로. 이 구간은 생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자주 찾기에는 쉽지 않은 장소이다. 그렇지만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언제쯤 한 번 달려보고 싶은 장소라는 것이 동호인들의 의견이다. 

MTB 자전거를 즐겨 타는 유모(40) 씨는 "자유로움을 찾기 위해 자전거를 타는데 그렇게 휀스를 설치해서 단절시켜 버리면 누가 자전거를 타러 가겠느냐. 자전거도로를 만들기 전에 동호인들에게 충분한 의견을 구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휀스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