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은 삶의 근간이자 생명의 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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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은 삶의 근간이자 생명의 터전
  • 윤종혁
  • 승인 2010.02.01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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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희망찾기 (1)

우리에게 지역은 무엇인가. 지역주민, 지역경제, 지역신문, 지역공동체, 지역화폐, 지역학교 등 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의미가 우리 삶에 존재하고 있다. 지역은 물질적․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생태적․문화적․교육적인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지역은 우리 삶의 근간이자 생명의 터전인 셈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삶터이자 일터인 지역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 관점보다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권력의 논리에 의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좌지우지 되어 왔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사는 공생과 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채 지역의 가치가 제대로 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주신문에서는 '지역'의 다양한 가치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홍동면 주민들은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흥겨운 잔치 한마당인 홍동거리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2007년 거리축제 모습.

홍성의 인구는 매년 줄어들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8만8000여명을 기록했다. 젊은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고향을 등지려 하고 있고,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농촌의 풍경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왜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려 할까. 혹자는 말한다. "홍성에서 '돈' 벌어먹고 살기 어렵다고."

그렇지만 돈이 우리네 인생의 전부인가. 그렇지 않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다양한 가치가 지역에 충족되어 있지 않다보니 젊은이들은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 홍성을 떠나는 것은 아닐까.

잠시 옛날의 풍경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처럼 냉장고에 먹을거리가 잔뜩 쌓여있는 집도 없었거니와 창고에 곡식이 넘쳐나던 시대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배가 고플지 몰라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놀고, 일하고, 문화를 즐기면서 사회적 협동을 실천했다.

사회적 협동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은 더불어 살아가면서 주체적인 존재로 마을을 형성하고 지역의 고유한 모습을 만들어왔다. 그렇지만 자본의 논리 속에 모든 것이 경쟁 아닌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 속에서는 지역은 한낱 의미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고, 자본의 힘 앞에 종속되어가면서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삶 역시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왜 홍동으로 사람들이 몰릴까?

홍동면은 홍성군에서가 아닌 전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삶터 중의 한 곳이다. 홍동에 이렇다 할 기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행정기관이 몰려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홍성읍을 제외한 다른 읍․면은 인구가 큰 편차로 줄어들고 있지만 홍동면은 전국에서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 중 한 곳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충남대학교 박진도 교수는 지역이 삶터가 되기 위해서는 "생활공간으로써 지역개발의 올바른 방향은 순환과 공생의 원리에 기초해 지역을 자립적․주체적 존재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바 있다. 즉 지역의 자립적 지역경제 확립이 필요하고,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가와 협동, 자치에 기초한 지역의 생활공동체 만들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이해집단이 공동으로 참여해서 자율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협력적으로 추진하는 즉 로컬 거버넌스를 어떻게 확립하느냐가 지역발전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의 주장에 비추어 볼 때 홍동면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순환과 공생의 원리에 기초해 지역을 자립적․주체적 존재로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위대한 평민'을 강조하는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협동조합과 여성농업인센터, 마을도서관, 장애인을 위한 하늘공동체 등 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립하는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자발적 참여와 협동을 통해 자치에 기초한 지역의 생활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서울에서 살다가 홍동으로 귀농한 이름을 밝히길 꺼려하는 A 씨는 "홍동에는 사람의 향기가 있다. 비록 가진 돈이 없어도 행복이 무엇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주민들 스스로가 변화하고 학습하면서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비전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홍동에 자리 잡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역 스스로 변해야 지역이 산다

많은 사람들은 대기업을 유치해야 줄어드는 인구를 늘릴 수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부는 도청이 홍성으로 유치되면서 뭔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지 않겠느냐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어디를 살펴봐도 우리가 살고 있는 홍성이라는 지역이 10년 후 100년 후 어떻게 되어야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은 보이질 않는다. 군수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책은 매번 바뀌고, 정부의 정책이 바뀌면 그것을 따라가느라 허둥대기 일쑤이다.

이제는 지역 내부의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격적인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주민들은 "000 후보가 출마할 예정이다. 00정당이 유리하다"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역에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뒷전이다.

풀뿌리자치연구소 하승수 운영위원은 지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역 내부의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승수 운영위원은 "지역 스스로 변화해야 지역이 산다. 지역 스스로 올바른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외부 지원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 지역사회의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 정치인, 공무원, 지역언론, 대학교수 등 이런 주체들이 먼저 성찰과 반성을 해야 한다. 지역에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현실 안주에서 벗어나 스스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지역이 주민들의 삶터가 되기 위해서 주민들 스스로 자발적인 움직임을 만들어가는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많이 접해왔다. 지역화폐운동, 생활협동조합운동, 직거래운동 등 다양한 풀뿌리 운동이 존재하면서 더불어 사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편 박진도 교수는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발전의 비전을 제시해 주민의 자각과 주체적 노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주민의 창의성과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결집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행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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